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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r 25. 2023

자동세차법- 비 오면 세차 완료

필라델피아 생활

“또 비야!”

등교하는 아이들이 심술을 부린다.

스쿨버스 타는 곳까지 마중하러 나가니 비릿한 비냄새가 풍겨왔다. 마중 나온 지렁이들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며 한 걸음씩 걸어야 했다.


‘한국은 물부족 국가’라는 기사를 한국에서 접할 때마다 나는 ‘에이~ 거짓말. 장맛비가 얼마나 오는데.‘ 생각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에 와보니 한국이 물부족국가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어릴 때만 해도 장마가 오면 한 달은 쉬지 않고 비가 퍼부었는데. 그것도 옛날 말이다. 그때는 부산, 그러니까 남부에 살았고 나중에는 서울에 살아서일까. 지역마다 기후 차이가 있으니까. 아니면 기후가 변한 걸까. 작년 전라 남부도 가뭄이었으니 지역차이보다는 기후 변화가 맞는 것 같긴 하다.


필라델피아에서 6개월째 살고 있다. 6개월간 매주 두 번 이상은 비가 왔다. 이번주는 절반이 비 오는 날이다. 둘째는 초등학교는 가끔은 비가 와도 점심시간에 모두 밖에서 놀아야 한단다.


미국 초등학교는 쉬는 시간이 따로 없이 선생님 재량으로 수업을 이어서 한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나가 노는 학년도 있고, 먼저 놀고 나서 점심을 먹는 학년도 있다. 점심시간에 교실에 있을지 나가서 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선생님이 결정한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밖에서 비를 맞고 놀기도 한다. 워낙 우산도 잘 쓰지 않는 사람들이니 비 맞고 노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은 건가?





미국에 와서 제일 좋은 게 뭐예요? 묻는다면

“미세먼지가 없는 거요!”라고 대답할 거다.

한국은 미세먼지가 극성이라는 기사를 볼 때면 속상하기 그지없다.


한국에서는 비가 오면 차에 얼룩이 졌는데 미국에선 비가 오면 차가 깨끗해진다.

어제는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더니 차 유리창에 붙어있던 새똥까지 말끔하게 씻겼다.


참 편리한 세차법이다.


처음에는 왜 차에 먼지가 쌓이지 않는지 이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먼지가 없어서 그런 거였다.

게다가 일주일에 두세 번은 비가 오니 공기에 먼지가 머물 시간도 없을 것 같다.


비가 많이 와서 나무도 무럭무럭 잘 자란다.

산책을 다니가 보면 쓰러진 나무들이 많이 보이는데 비가 많이 와서 뿌리가 얕아 잘 쓰러지는 것 같았다. 쓰러진 나무뿌리가 나무에 비해 작아 보였다.


가는 곳마다 나무가 무성하고, 땅 넓이에 비해 차가 적고, 비가 많이 오니 공기가 좋다.


나이테도 희미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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