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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pr 13. 2023

공포의 플로리다-악어를 만나러

필라델피아 일상 

"플로리다에 가면 아무 데나 악어 있데."

나는 디즈니월드에서 아니면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행인처럼 악어가 등장하지는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다.


그런데 '악어조심' 팻말만 붙어 있지 악어는 한 마리도 못 봤다.

하긴 내가 악어라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나오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서 우리가 직접 악어가 산다는 곳까지 가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가 간 곳은 디즈니월드 근처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블루스프링스 공원이다.

링크는 아래에.

https://www.floridastateparks.org/parks-and-trails/blue-spring-state-park/manatees-blue-spring-state-park

블루스프링스 공원 부지 대부분은 보호지역이라 관광객들이 출입할 수 없다.

관광객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일부분.

그중에서 수영할 수 있는 곳은 물이 얕은 곳이다.


공원 홈페이지 사진 속에는 매너티가 수영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사람들만 수영하고 있다.

발끝을 물에 담근 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차가워!"

아들은 5분을 서성이다가 겨우 물에 들어갔다.


"차가워서 들어가기 싫어." 

"그래도 막상 수영하다 보면 적응될 거야." 갈색 머리의 키 큰 미국인 아빠가 발끝만 담갔다 빼길 반복하는 딸을 기다리며 말했다.


혹시 물가에 악어가 있는 건 아닐지 매너티가 나오는 건 아닐지 걱정했지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악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물이 깊은 곳에는 카약과 카누를 탈 수 있었다.

한 시간에 30달러 정도.

카약을 타는 건 피곤해서 보트를 타려고 했지만 이미 매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보트 예약부터 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전 조사 없이 왔더니 보트를 놓쳤다.


나는 아들과 둘이서 카약을 탔다.

무거운 사람이 뒤에 타야 한단다. 그래서 나는 뒤에 아들은 앞에 사이좋게 탔다.

딸은 악어 만나서 죽기 싫다며 절대 안 탄단다.

그래서 아들이랑 나랑만.


"악어가 있으면 노로 악어를 때리면 안 됩니다. 악어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도 안됩니다. 악어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됩니다. 악어에게 손을 내밀면 안 됩니다. 악어를 만나도 비명을 지르면 안 됩니다. 물속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안내요원이 안전수칙을 말했다. 

"뭐야, 저렇게 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말했지만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는 거니까 모를 일이다.


우리는 노를 저었다. 물이 탁해서 깊이가 가늠되지 않았지만, 아마 엄청 깊을 것이다.

물속이 비치지 않으니 바짝 긴장됐다. 

5분 노를 저었을까? 우리는 강기슭에 있는 악어를 봤다.

보고 싶었던 악어였지만 바짝 얼었다.


너무 가깝지 않게 그렇다고 아주 멀어지지 않게 노를 저으려 했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 물살이 일렁였다.

물살은 우리를 악어 방향으로 밀었다.

'꺄~' 비명을 속으로 삭였다. 비명을 지르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아니, 앞에 앉은 사람이 방향을 잘 설정해야지! 뒤에 있는 사람은 한계가 있다고!" 아들을 타박했다.

다행히 물살이 잔잔해졌다. 

팔이 빠져라 노를 저었더니 악어와 우리는 공포심이 들지 않는 거리만큼 멀어졌다.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좋았으련만, 휴대폰을 꺼낼 정신도 없었다. 이제 악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휴대폰을 꺼냈다. 악어도 없는 빈 강이라도 기념으로 찍어야지 싶었다.



대 여섯장 찍었을까.

바람이 또 불었다.

이번에 바람은 수중식물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밀었다.

'우리의 노질은 이렇게 부질없는 것인가.'

전력을 다해 노를 저었지만 물풀에 갇혔다.

물풀 속에 뭐가 있을까? 물풀이 있는 곳 옆에 섬이 있었는데 울창한 나무 숲 속에서 뭔가 튀어나오진 않을지 긴장됐다. 

'나 생각보다 쫄보였구나!' 마흔이 넘어서 내가 이렇게나 겁이 많은 줄 알았다.

노로 물풀을 밀고 섬에 있는 나무를 밀고 안간힘을 썼다.

다행히 물풀도 탈출.


아직 카약 반납시간은 30분이나 남았다.

"이제 카약 반납할까?"

나는 아들이 수락할 줄 알았다.

"아니."

"왜?"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팔 안 아프냐?"

"괜찮아."

"난 팔 아픈데."

"그럼 엄만 쉬어."

'그래, 타자 타'


플로리다에서 봤던 악어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시 자연에서 악어를 만나고 싶냐고?

아니요!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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