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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pr 18. 2023

학교 락다운- 총기로 인한 학교 봉쇄

필라델피아 생활

"엄마, 메일 봤어?" 

"아니, 못 봤는데."

"오늘 락다운됐어."

"뭐라고?"

"평소에 락다운 연습할 때는 엄청 시끄러운데 오늘 진짜 15분 동안 숨소리도 안 들렸어."

"지금 메일 봤더니 택배 배달하는 사람이 학교로 들어왔다고? 왜 들어왔데?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미국 학교는 밖에서는 문을 열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안에서 누군가 열어줘야 한다. 

선의의 학생 한 명이 문을 열어줘서 택배 기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학교로 들어왔다.

교직원이 아닌 사람이 복도에서 걸어 다니는 걸 본 교직원이 락다운을 했다.


"나는 그때 실과 수업하고 있어서 창고에 숨었어. 진짜 무서웠어. 점심시간에 친구가 그러는데 걔는 창고 없는 반에서 수업했데. 락다운 했는데 그 반 애들은 안 믿고 막 떠들었다는 거야. 그런데 선생님이 블라인드를 살짝 걷어서 학교 밖에 경찰차가 둘러싸고 있는 거 보여줬더니 순식간에 조용해졌데."

"근데 그 택배기사는 미국 학교 그런 거 알면서 왜 들어온 거지? 그러다 학교 경비한테 총 맞으면 어쩌려고!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아무 일 없어서 진짜 다행이다."


미국은 총기 사고로 매일 아이들 5명이 죽는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동네는 안전한 편이라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엄마 선생님이 운동장에 있는데 락다운되면 시내 쪽으로 달리래. 운동장에 남아 있어도 안 되고 학교로 들어와도 안 된데."

참나, 한국에서는 받아보지도 못했던 안전교육이 따로 없다.


오늘 네이버를 보는데 또 미국 총기 사건 기사가 있었다.

집을 착각하고 다른 집 문을 두드린 아이를 총으로 쏜 것.

그리고 다른 기사도 있다. 

부부싸움 신고가 들어왔는데 경찰이 신고 들어간 집이 아니고 다른 집에 갔다. 

한밤 중이라 강도가 들어온 거라 생각한 사람이 총을 들고 문 밖에 나갔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은 것.

자기가 경찰을 부른 적도 없고, 한 밤중에 찾아올 사람도 없으니 강도가 온 거라 오해할 수도 있는 건데. 

그 결과가 죽음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는 사고다.


학교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건 미국인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일 거다.

그 택배 기사는 중학교에 왜 들어간 건지.

문 바로 앞에 있는 사무실에 택배를 두고 간 것도 아니고 왜 복도를 서성인 건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아이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와 한 때의 해프닝처럼 이 일을 말했다.

학교도 아무렇지 않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아이가 그렇게 긴장하고 떨고 있었을 15분 동안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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