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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n 04. 2023

도시에 애정이 생기려면

피츠버그 여행

펜실베니아 주가 남한보다 크다고 듣긴 했는데, 정말 그렇긴 한가보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갔을 시간인데 아직도 도로 위에서 안전벨트에 묶여 있었으니 말이다.      

서부여행을 할 때도 9시간씩 차에 갇혀 있었지만 그때는 이렇게 지겹지는 않았다.

보이는 풍경이 모두 신기한 온통 붉은색이었기 때문에 지루할 틈도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동부는 한국과 비슷하다.

사진을 찍으면 여기가 강원도의 한적한 도로인지 미국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게 애써 도착한 곳은 피츠버그였다.

피츠버그를 메모리얼데이 여행으로 고른 이유는 딱히 대단하지 않았다.

“안 가본 곳이 여행이다.” 정도의 이유랄까?

5월 29일 월요일은 마침 메모리얼 데이, 그러니까 한국의 현충일 같은 공휴일이었다.

토, 일, 월 3일의 기간 동안 차로 움직일 수 있는 곳.

그러다가 피츠버그가 당첨됐을 뿐이었다.     





피츠버그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단 두 가지가 전부였다.     

그 두 가지는 “엄마, 파커는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데. 그래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랑 필리스 둘 다 응원해.” 했던 야구광 아들의 말과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 멜런 대학이 컴공으로 유명하데.” 했던 지인의 말이다.

그 말이 왜 나를 이끌었는지 모르겠지만 메모리얼데이 일주일 전 나는 피츠버그 숙소를 예약했다.      


도시여행은 사실 별거 없다.

박물관, 야경, 밥 먹기, 그 도시만의 특색 있는 곳 혹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곳 가보기.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도시를 여행하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박물관에서부터 “시시해.” 소리가 나오기 딱 좋다.

아이들을 질질 끌고 박물관에서 “조용히 해.”를 1분에 60번쯤 말하고, 식당에서 “컵으로 장난치지 마.”를 30번쯤 말해야 한다.

그러니 엄마에게도 힘든 여행이다.      


도시는 여행으로 애정이 생기기는 힘들다.

도시는 살면서 단골 커피집이 생기고, 자주 가는 맛집이 생기고, 친구와 함께 걷는 길이 생겨서 도시 속에서 내 이야기를 만들어야 애정이 생기는 것 같다.

내 경우는 그렇다.      


어쨌든 그렇게 애써 도착한 피츠버그는 왠지 낯익었다.

“여보, 여기 익숙한 느낌인데? 그래! 딱 태백 같다!” 내가 말했다.

“정말, 딱 그렇다!” 남편도 맞장구쳤다.


피츠버그는 세계 최대 석탄 생산지로 19세기와 20세기 중반까지 철강과 제조업으로 번성했다가 시대의 변화로 서서히 쇠퇴한 도시다.

태백도 한국 석탄 산업의 메카로 1970년대와 80년대 인구가 10만이 넘었지만 이제는 겨우 3만이 넘는 ‘시’라고 부르기 힘들 만큼 쪼그라든 곳이다.      


여기저기 공사가 중단돼서 덩그러니 남은 시설이 쓸쓸해 보이는 곳, 피츠버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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