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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n 06. 2023

영어로 말하면 아이가 되버린다.

피츠버그 여행

미국에서 웬만하면 외식을 하지 않는다.

팁문화가 익숙하지 않는 나로서는 점심에는 밥값의 최소 15프로, 저녁에는 최소 20프로를 팁으로 내야 하는게 정말 아깝다.

4인 가족, 최소 80 달러 정도 주문하면 16달러를 팁으로 내야 하다니!

16달러면 거의 2 만원 아닌가!

한국에서는 쟁반짜장 하나는 시킬 수 있다.

서비스 가격이라고 해도 16 달러치 서비스를 받았나 모르겠다.

물을 채워주고 주문을 받는 게 다인걸?


미국 문화에서는 계속 묻는게 당연한 서비스겠지만 나는 뭔가 더 시키길 재촉받는 기분이다.

“잇츠 오케이.”를 무한 반복해야한달까.     


우리는 피츠버그 여행 중이었고, 그래서 저녁에 식당에 갔다.

연휴가 아닐 때의 필라델피아 시내도 피츠버그보다 관광객이 많을거다.

피츠버그는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우리가 갔던 식당은 대학가에 있는 ‘유니온그릴’ 이라는 식당이었다.

어찌나 한산했던지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십 분정도 기다리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안내받자 검은 단발머리, 검은 눈동자에, 검정색 유니폼을 입고 아랫입술에 피어싱을 한 웨이트리스가 다가왔다.

검정색과 대비되는 피부는 어찌나 하얗던지 검정과 흰색의 대비에 주변 배경이 색을 잃을 지경이었다.

빨갛게 립스틱을 바른 입술에 걸려있는 금색 피어싱이 눈에 띄었다.

피어싱을 한 사람을 보면 아프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사실 그 사람은 멀쩡해 보이니 나 혼자 괜한 걱정을 하는 거다.

글로 웨이트리스의 모습을 쓰니 왠지 뱀파이어같이 으스스하지만 실제로 그는 손님들과 서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웃었다.



나도 그에게 재치있게 대답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내 영어는 상대가 두 번 말해야 알아들을까 말까다.

나는 대답할 때 머리에서 입까지의 거리가 너무 길어서 제때 대답하지 못한다.

아마 상대방은 김이 빠지겠지?

 

“음료는 뭘로 드릴까요?”

“괜찮아요.”

단 한 문장으로 내 영어가 어눌한 건 눈치챈 웨이트리스는 아이에게 말하듯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건냈다. 마치 음료를 안 시킨다는 말을 잘못들은 것처럼 다시 물었다.

“음료 필요한가요? 드링크?” 손짓까지 하면서.

나는 물과 커피 외의 음료는 마시는 편이 아니라 음료를 시킬 때마다 곤란하다.

재치있게 말하고 싶었지만 벌써 실패였다.

아이를 다루듯 취급받고 있구나.

미국에 와서 이렇게나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준 사람은 처음이다.

처음 힘든 서류들을 처리할 때 공무원이 이렇게 말해줬음 얼마나 좋았을까?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영어로 말할 때 나는 어린이 취급을 받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언어의 세계에서 나는 영어로 ‘아’와 ‘어’의 뉘앙스를 전달할 수 없다.

아니,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이라도 편히 하고 싶다.

미국에서 나는 완전히 이방인이다.

많은 한인에게 들어보니 중학생 이후에 미국에 온 아이들도 끊임없이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이미 모국어가 견고해서 생각을 모국어로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음식은 나쁘지 않았다.

연어구이와 소고기 스테이크, 샐러드, 그리고 양파 수프를 시켰는데, 유명하다던 양파스프는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2개 시키려고 했는데 하나만 시켜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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