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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n 09. 2023

외국에 오면 애국자가 된다.

피츠버그 여행 - 듀크네 인클라인

저녁을 먹고 난 8시는 어스름했다.

남들처럼 우리도 피츠버그 야경을 보러 갔다.

찾아간 곳은 ‘듀크네 인클라인’이다.

주차장은 2시간에 5불. 필라델피아에 비하면 천사같은 가격이었다.

어떤 한국인 가족은 주차장 가격을 보고는 ‘어라?’하고 강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고 떠났지만 그 이유가 주차비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여행지에서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 가족을 마추치면 왠지 “안녕하세요. 좋은 여행되세요.” 하는 말이 목끝까지 올라왔다가 ‘오지랖인가?’하곤 꿀꺽 삼킨다.

그날도 익숙한 한국어에 왠지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인사를 삼켰다.


그 한국인 가족이 떠난 후에도 주차장으로 차가 계속 들어왔다.      

주차장에서 인클라인을 올려다보니 대기줄이 바깥 버스정류장까지 이어졌다.

‘피츠버그 여행객은 다 여기 있는가?’ 싶었다.

그렇지만 미리 예매했는데도 한 시간 넘게 건물 밖으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던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보다는 한산했다.



다행히 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었다.

40분 정도 기다렸을까? 우리는 인클라인 매표소에서 티켓을 살 수 있었다.



듀크네 인클라인은 1877년에 운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비록 1963년에 보수공사를 했다고 해도 거의 150년동안 운행 중인거다.

그것도 놀라웠는데 가격도 놀라웠다.

어른은 편도 2.5불, 아이는 1.5불. 4가족 운임료가 왕복 16달러였다.

 

     

검붉은 인클라인에 올라탔다.

밤이라 천장에 달려 있는 등이 인클라인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렸다.

오래되서 그런지 낡고 삐걱거려서 긴장됐다.

혹시나 탈선할까봐.

'150년 동안 문제 없었지만 딱 한번 문제있는 날이 오늘이 되면 어떡하지?'

그렇게 삐걱거리는 인클라인을 타고 있자니 해리포터가 호그와트에 가는 것처럼 나도 어딘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인클라인을 같이 타고 있던 사람들은 다들 어찌나 현실적으로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던지.



워싱턴 산 정상에 내려 야경을 둘러봤다.

피츠버그는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내려오는 인클라인 줄을 섰다.

줄은 우리 가족 앞에서 딱 끊겼다.

“아쉽게도 다음 인클라인을 타야겠어요. 좋은 점은 제일 처음 탈 수 있으니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거겠죠?” 하고 옆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별 수 없이 기다리는데 왠 동양 여자 둘이 우리가족 앞에 끼어들었다.

어떤 나라 사람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아마 대충 짐작하겠지만.

우리 가족 앞에 끼어든 두 여자는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떠들어댔다.

처음에는 줄을 선게 아니라 휴대폰으로 뭔가 검색하다가 우연히 줄 제일 앞에 선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분 기다려보니 둘은 이동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 가족 뒤로는 줄이 저렇게 긴데.     



“실례지만, 여기 줄 서신 거 맞나요?” 혹시라도 뭔가 예약하는데 집중하느라 여기가 줄인 줄 모르고 서 있는걸지도 모르니 나름 예의를 차려 물었다.

“죄송해요. 여기가 줄 끝인 줄 알았어요.”

'뭐라고? 바보 아닌가? 여기 문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두 이쪽 방향을 보고 줄을 서 있는데?

휴대폰을 보며 웃는건 모른 척 새치기를 하겠다는 건가?'



그제서야 둘은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줄 끝으로 갔다.

둘이 줄 뒤로 가니 뭔가 할 일을 한 것처럼 마음이 상쾌했다.

모든 ** 나라 사람이 다 그렇건 아니겠지만 새치기 하는 사람은 늘 **나라 사람이었다.



나는 한국어를 할 때마다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나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외국에 살다보면 애국자가 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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