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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n 13. 2023

시야에 아이들이 있는지 확인할 것!

피츠버그 여행


이 건물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성당 2. 박물관 3. 대학교 4. 도서관  

   

겉만 봤을 때는 성당 같았다.

그런데 성당치고 좀 높았다.

지금까지 봤던 성당은 3층이나 4층 높이 건물이 많았는데 이건 30층도 넘는 것 같았다.

고딕풍 외관만 보면 백 년 전쯤 지었을 것 같은데, 어떤 용도로 지었을까?    





  

피츠버그는 관광객이 적었지만 이 건물 앞은 정말 한산했다.

건물 앞에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질 않아 들어가도 되는 건지 주춤했다.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밝은 바깥과 달리 어둡고 서늘했다.

서늘하니 일단 합격.     


이 건물은 피츠버그 대학 소유로 도서관으로 쓰인다고 들었다.

하지만 공부하기 적당한 곳은 아니었다.

적어도 1층과 2층 중앙에 있는 책상 앞에서는 말이다.

관광객이 오가고, 작은 소리로 말해도 돌로 된 벽에 목소리가 울려서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 둘이 장난을 치길래 “하지 마!”하던 내 목소리가 얼마나 위협적으로 들리던지.

게다가 나무의자는 어찌나 딱딱한지.

‘대학생들처럼 앉아 있어 볼까.’ 했는데 곧 엉덩이가 아파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높이 올라갈 수 있는 36층을 눌렀다.

이 건물은 1926년도에 착공한 거의 백 년이 된 건물이다.

아마도 엘리베이터는 최근에 리모델링해서 만들었겠지?


36층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간 37층. 거기가 관광객이 갈 수 있는 제일 높은 층이다.

37부터는 직원이랑 피츠버그 대학생만 갈 수 있다고 한다.

37층 책장에 꽂힌 책과 책장 앞에 놓인 소파가 편해 보였다.

피츠버그 대학생일 것 같은 인도계 학생이 노트북을 켜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마도 과제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겉눈질로 그 학생을 쫓으며 ‘참 열심인 학생이네. 나도 책이나 읽을까.’ 하는데, 책장 너머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36층이니 전망이 좋겠지’ 싶었다.

피츠버그 대학과 이름 모를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떤 집 앞에는 아이들이 수건 돌리기 하듯 둘러앉아 놀고 있었다.

연휴의 한산함이 느껴졌다.      


“엄마, 왜 말도 안 하고 갔어?” 아이들이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엄마가 안 보여서 놀랐는데 동생이 엘리베이터 타고 1층으로 내려가자고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안된다고 했지! 왜 말도 안 하고 갔냐고?”


“미안, 36층 어디서든 내가 보일 줄 알았지.”


“35층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단 말이야.”


“미안, 근데 엄마 안 보이면 제자리에 있어야지. 절대 1층이나 다른 곳에 가면 안 되지!”


“알아. 동생이 1층 가자는 걸 간신히 말렸거든.”


“근데 너희 엄마 미국 전화번호는 외우는 거지?”


“아니.”


“좀 외워!”

     

연휴의 한산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래층과는 달리 건물 위층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좁아서 어디에 있어도 내가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안도가 제일 위험한 순간인 것 같다.     

다른 곳에서 건물 구경에 넋을 놓고 있던 남편은 뒤늦게 와서 “큰일 날 뻔했네. 전화번호 외워라.” 했다.     


교훈.

중학생도 애다. 전화번호 외우는지 꼭 체크하고, 어딜 가도 안심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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