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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n 13. 2023

시나몬 식빵

필라델피아 생활

지난주는 공기가 내내 탁했다.

공기에서 매캐한 냄새도 났고, 내내 눈이랑 코가 따가웠다.

캐나다 산불 때문에 미국 동부 공기가 내내 안 좋았다.

한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하늘이 뿌연 날들이 사흘정도 이어졌다.

그동안 비도 오지 않아 걱정했는데 드디어 비가 내렸다.

오후부터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

천둥 번개가 치면서 시원하게.


미국에는 먼지가 없는지 3월까지는 세차를 하지 않아도 차가 깨끗한 편이었는데

봄에 송화가루가 날리더니 먼지가 더덕더덕 붙었다.

햇빛이 뜨거워 나무 아래 주차를 하면 바람결에 날린 나무 진액이 차에 흩뿌려지는데

거기에 송화가루가 붙어 차가 엉망이 됐다.


드디어 오늘 세차를 했다.

세제랑 수세미를 가지고 가서 송진을 닦고 나머지는 비가 헹궈주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은 역시 시나몬이다.


물을 계량하고 이스트랑 설탕을 넣고 휘적휘적.

강력분이랑 소금을 넣고 반죽기에 돌려준다.

반죽이 한 덩어리가 되면 버터를 넣을 시간.

버터는 전자레인지에 녹여야지!

그냥 넋 놓고 있으면 전자레인지 안에서 폭발하니까 10초 간격으로 레인지를 껐다가 버터가 너무 뜨겁지 않을 만큼만 녹여야 한다. 덩어리가 좀 남아 있어도 열기에 녹으니까.


너무 진 반죽은 부풀지 않으니 너무 질척이진 않은지, 너무 되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반죽을 끝내고 60분을 기다렸더니 반죽이 2.5배 부풀었다.

반죽을 2등분 하고 젖은 면포를 덮어 잠시 쉬게 했다.

쉬는 동안 반죽은 밀대로 밀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쉬지 않으면 탄성이 있어서 밀대로 밀어도 되돌아오고 밀어도 되돌아오고 한다.

결국은 나는 밀대를 들고 '으악, 말 좀 들어라!' 하고 애꿎은 반죽에 대고 부들부들 떨게 된다.


그래서 1차 발효가 끝난 다음 손을 씻고 반죽을 2등분 하고, 다시 10에서 20분 후에 손을 다시 씻고 잘 쉬어서 만족스러운 상태가 된 반죽을 밀대로 밀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줘야 하는 거다.

이렇게 빵을 만들다 보면 손을 하도 씻어서 손이 꺼칠해지고 만다.


오늘은 자주 만들던 시나몬 롤빵 대신 식빵처럼 틀에 넣어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밀대로 잘 민 반죽에 접착제인 버터를 바르고 설탕과 시나몬을 뿌려서 돌돌 말았다.

그 반죽을 속에 넣은 필링이 보이도록 자른 다음 두 개를 스크류바처럼 돌돌 말아서 끝을 꼭 여며주면.

벌써 아름다웠다.

얼마나 이쁜 빵이 나오려고 벌써 이쁜 건지.



40분 정도 기다리니 오븐에 굽기 딱 좋게 부풀었다.

평소에는 귀찮아서 계란물도 안 바르고 대충 굽는데 오늘은 도저히 안 바를 수 없었다.

완벽한 시나몬 빵을 만들겠어!


집 안은 버터냄새랑 시나몬냄새가 퍼지고, 아이들은 코를 킁킁거리며 눈이 빠져라 빵이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이 시간 때문에 빵을 굽는지도 모르겠다.


"한 김 식으면 먹어!"

식탁 위에 둔 빵이 식기를 기다리는 5분.

그래도 오늘은 달려들어 뜯어먹지 않고 빵칼로 잘라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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