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나 Jun 15. 2023

비스코티 - 만남과 헤어짐

필라델피아 일상

내가 사는 아파트는 미국에 1년이나 2년 단기로 온 사람들이 많이 산다.

필라델피아 메인라인에 위치해 있어서 아이들이 다닐 학교도 좋고 안전할 뿐더러 필라델피아 시내로 출퇴근하기도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는 달은 8월이다.

메인라인 학군은 대체로 8월 말부터 학년이 시작되니까 (8월 초에 학년이 시작되는 주도 있지만) 8월 초나 중순에 우르르 한국인들이 온다.

간혹 12월이나 3월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지만.

      

5월, 지인이 한국으로 돌아간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른 지인이 다른 주로 이사를 간다.

함께 트레일에 가고 가끔 점심도 함께 먹던 지인이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거면 한국에서 다시 만나면 될 테지만 이번에 이사 가는 지인은 미국 다른 주로 이사를 가기 때문에 헤어짐이 크게 다가온다.


어차피 지인은 미국에 오래 살 사람이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이라 내가 한국으로 귀국했으면 남은 지인의 마음이 허전했겠지.

     

이럴 때면 미국에 평생 살 사람이 단기로 온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마음을 나눴던 사람이 떠나면 그 허전함은 어떻게 할 수 없다.

같은 미국 땅에 산다면 그래도 같은 대륙 안이다.

그러니 가끔 연락하거나 명절에 여행을 가서 만날 수도 있겠지.

이국에 사는 1세대로서의 고민도 함께 나누면서.

 

하지만 한국과 미국이라면 서로의 삶은 너무 멀어질 거다.

“요즘 한인마트에서는 뭐가 싸?”라던가 “코스트코에 한국 코인육수 들어왔던데 너네 주에도 있어?” 라든가 “버지니아 주에 땅콩 파는데 하루면 미국 전 지역 배송된데. 정말 맛있어.”라든가 하는 소소한 일들.

“너네 아이들은 어떤 운동해? 우리 아이는 소프트볼 하는데. 뭐? 라크로스? 유니폼 입은 거 보고 싶네.” 같은 대화들을 이젠 나눌 수 없겠지.

    

함께 몇 번 갔던 카페에서 비스코티를 팔았다.

큼직하고 한 입 먹으면 오독 소리가 날 것 같았던 비스코티였다.

 그런데 비스코티는 한 번도 산 적이 없다.

“내가 만들 수 있으니까 딴 거 먹자.”가 이유였다.

초코 크로와상 같은 내가 만들기엔 너무도 귀찮은 것만 사서 나눠먹었다.

     

지인이 이사 가기 전, 부리나케 비스코티를 구웠다.

계란을 미리 실온에 두고, 건포도를 물에 불리는 것부터.

그리고 볶은 피칸을 다지고.

박력분과 중력분, 베이킹파우더를 함께 고운 채에 내리고.

오렌지를 깨끗이 씻어 겉껍질로 제스트를 만들고.

그다음부턴 쉽다. 이렇게 편한걸 왜 이제야 만들었을까 싶을 만큼.

계란을 풀고 설탕을 넣어 휘스크로 젓고, 버터를 조금씩 흘리면서 계속 젓는다.

그 액체에 오렌지 제스트와 밀가루를 넣고 섞는다.

70퍼센트 정도 섞였을 때 물기를 꼭 짠 건포도와 피칸을 넣고 섞어 냉장고에 잠시 넣어둔다.

그리고 160도로 예열한 오븐에 30분 굽고 한 김 식으면 잘라서 한번 더 구우면 끝.     


한 입 먹으니 오도독 입 속에서 부서진다.

쫄깃한 건포도와 고소한 피칸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이 정도면 괜찮은걸!'

이삿짐을 싸느라 정신없는 지인에게 비스코티를 포장해 줬다.

“이제 이런 거 줄 날도 얼마 안 남았네.”

“그렇게 말하니까 슬프잖아요.”     


오도독, 이제 비스코티를 먹을 때마다 지인이 떠오르겠지?

이사 간 곳에서도 잘 지내!

작가의 이전글 시나몬 식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