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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l 03. 2023

방학에도 쉬어갈 수 없는 한국 수학

필라델피아 방학생활

아이들 방학이 시작된 지 한 달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 보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어쩜 매일 그날이 그날인 건지.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라 한국에 돌아갈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초등저학년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지만 우리 집 큰 아이는 내년에 한국에 돌아가면 중학교 2학년이다.

그래서 한국의 진도에 맞춰 중학교 1학년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수학시간에 일차방정식을 잠깐 배웠다고는 하는데, 일차방정식의 활용 문제는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수학 시험을 많이 치긴 했지만 기본적인 것만 묻는 문제였고 소금물의 농도든, 거리와 속도와 시간을 구하는 문제는 아직 풀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지고 간 '센수학'을 보고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일차방정식의 활용문제가 그렇게 힘든 거였나?

돌이켜보면 소금물을 왜 섞어서 새롭게 넣은 소금물에 포함되어 있던 소금의 양을 구하라고 하는 건지.

또 왜 철수와 영희는 하필 공원 한 바퀴를 돌아도 하필 서로 출발하는 시간도, 속도도 다른 건지. 

그것까지는 괜찮은데 나도 왜 둘이 언제 만나게 될지 계산해야 하는지 화가 났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숱하게 쪽지시험을 쳐도 힘들었는데 겨우 EBS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는 아이는 오죽할까.

아이는 아침마다 일차방정식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매일 아침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방정식을 가르치느라 목이 쉬어가고, 두 배속으로 늙어간다.


미국 아이들은 방학 때 뭘 할까?


일단 무조건 스포츠는 한다.

야구, 축구, 아이스하키, 테니스, 라크로스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스포츠 캠프가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스포츠 캠프 가격은 일주일에 300불 정도.


그리고 평소에 야구를 하는 아이들은 여름방학에는 학군 대표를 뽑아서 다른 학군 아이들과 토너먼트 경기를 하기도 한다.

가격은 100불 정도. 모자랑 단체티셔츠까지 주고 티셔츠에는 아이들 성도 새겨져 있다.

좀 더 잘하는 아이들은 평소에 트레블팀에 들어가서 다른 지역 트레블팀과 경기를 하기도 한다.

그 정도 실력도 안되거니와 매주 다른 지역까지 다니면서 경기를 시킬 에너지는 없어서 패스했다.

하지만 미국에 계속 사는 아이들은 스포츠팀에 속한 이력으로 대학에 갈 때 에세이를 써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나도 계속 미국에 산다면 열심히 시켰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거의 '공부'로 승부를 보기 때문에 공부를, 미국에서는 스포츠나 악기 같은 공부 외 활동이 입시에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에 스포츠와 악기를.


각자 처해진 처지에 따라서 아이들 활동이 갈린다. 


햇볕 아래 각자 캠핑의자를 두고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아이들 경기를 보는 미국 사람들을 볼 때면 그런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가진 자의 여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학력이 대물림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대학교를 갈 때 과외 활동과 추천서가 중요한데 그건 사회적 지위가 있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정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야구만 해도 기본적인 준비물인 바지, 야구화, 배트, 글러브, 공만 해도 저렴한 제품으로 사도 200불 정도가 들었다.

그런데 미국 아이들은 야구 가방에 배트만 해도 두세 개씩 꽂고 다니는데 그 배트가 하나에 350불 정도라는 사실!

그러니까 야구 배트에만 천 달러를 쓴다는 말이다.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 쉽지 않구나.

그런데 소금물의 농도 문제는 꼭 필요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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