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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l 25. 2023

안개라도 좋아 - 비하이브 트레일

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

비하이브.

절벽에 벌들이 집을 짓고 살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왜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 절벽을 올랐을까.

“우리 여기 갈래?”

남편이 아카디아 국립공원 책을 내밀며 비 하이브 트레일 사진을 보여줬을 때 나는 “위험한 거 아냐?” 했고, 아이들은 “클라이밍이다!” 했다.

쇠로 만들어진 계단이 절벽에 박혀있는 사진이었다.

남편은 “국립공원 안내책자에 precipice trail 은 아이들은 가지 말라고 했는데 여기는 그런 말이 없었어. “ 덤덤하게 말했다.


사실 아이들의 운동능력은 나를 능가한다. 달리기도 나보다 빠르고, 멀리뛰기도 나보다 멀리 뛰고, 수영도 나보다 잘한다. 반응속도도 나보다 빠를 나이니 아이들보다 내 안전을 걱정하는 게 맞긴 하다.


아침 9시 반, 우리는 비하이브에 오르는 차도로 들어섰다. 비하이브로 가는 도로는 일방통행이다. 도로는 2차선인데 2차선은 주차를 할 수 있어서 차가 다니는 길은 한 차선뿐이다.


10시, 우리가 비하이브 트레일 입구 도착했을 때 2차선은 거의 만원이었다. 트레일 가까이 주차를 하고 싶어도 일방통행이라 앞에 주차할 자리를 못 찾으면 산 한 바퀴를 빙 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


“Enjoy."

트레일 입구로 걸어가는데 트레킹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젖은 인도계 남자가 인사를 건넸다.

“Thank you. Have a nice trip."


비하이브 트레일은 입구부터 울퉁불퉁한 바위 길이었다. 비가 자주 오는지 바위가 아닌 곳은 진흙이라 신발을 진흙에 빠지지 않게 신경 쓰며 걸어야 했다.

30분쯤 걸었을까.

딸이 ”언제쯤 클라이밍 나오는데? 지겨워. “ 툴툴거릴 때 절벽이 보였다.


우리 앞에는 구릿빛 피부에 건강해 보이는 남 여 세 명이 바위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들이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너네 멋지다.”

“올라가기 힘들면 도와줄게.”


‘글쎄요. 도움은 우리가 줘야 할 것 같은데요.’

의연한 척하고 있지만 쩔쩔매면서 올라가고 있는 게 보였다.


그들 앞으로는 백인 남녀가 걷고 있었다.

주차장에서부터 우리를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반팔과 반바지 아래로 튼튼한 근육이 보였다.

그런데 역시 절벽 앞에서 “무서워.”를 연발하고 쩔쩔매고 있다.


덕분에 일방향 절벽에서 때아닌 정체가 이어졌다.

우리 가족 뒤로 올라갈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줄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철난간을 잡고 기어오르고, 낭떠러지 옆을 게걸음을 걷다 보니 벌컥 화가 났다.

“아니, 왜 이렇게 위험한 곳을 오자고 했냐고!”

그러든 말든 아이들은 철난간을 잡고 바위를 디디고 날다람쥐처럼 절벽을 기어올랐다.


드디어 정상.

이런, 온 세상이 하앴다.

절벽 아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뷰가 끝내주네요.”

“그러게요. 인생 최고예요.”

나는 이런 미국식 농담을 좋아한다.


정상에서 구름이 걷히길 기다렸다.

‘저 아래에는 샌드비치가 있으니 마음의 문으로 보자.‘

마음의 눈이 어두운가! 아무리 사진 속 풍경을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왠지 억울해서 40분을 더 기다렸다.

구름은 나랑 밀당을 하려는지 조금 걷히려면 다시 몰려오고 또 조금 보인다 싶으면 또 몰려오길 반복했다.


산 아래로 내려오자 올라갈 때는 구름 속에 있었던 봉우리가 보였다. 봉우리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기어오르고 있었다.


“안개여서 다행이다. 절벽 아래가 다 보였으면 무서울 뻔했네.”

아이들이 조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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