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뉴스 보고 -30%, 그냥 잤는데 +30%?

하워드 막스가 말하는 승리 비법

by 머니맥락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새벽잠을 설치며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있곤 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FOMC 회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의 입술이 떼어지는 순간, 그리고 점도표(Dot Plot)가 공개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제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금리 인하가 시작될 거야", "이번엔 매파적 발언이 나올 리 없어"라며 전문가들의 전망을 긁어모아 나름의 시나리오를 짰습니다. 그리고 그 빈약한 예측에 기대어 과감하게 매수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처참했습니다. 시장은 제 예측과 정반대로 움직였고, 때로는 예측대로 금리가 동결되었음에도 주가는 '재료 소멸'이라는 알 수 없는 명목으로 폭락했습니다. 거시경제 지표를 분석하느라 밤을 지새웠지만, 남은 것은 파랗게 멍든 계좌와 극심한 피로감뿐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거시경제라는 거대한 파도를 일개 개인 투자자가 예측하여 서핑하려는 시도 자체가 얼마나 오만하고 무모한 일인지를 말입니다.


복잡계의 나비효과, 예측은 신의 영역입니다

- 슈퍼컴퓨터와 연준 의장도 틀리는 미래를 맞히려 하십니까


우리가 거시경제를 예측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가 단순한 인과관계로 움직이는 기계장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수십억 명의 의사결정, 지정학적 갈등, 급격한 기술의 발전,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까지 얽히고설킨 '복잡계(Complex System)'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금융 위기의 시기와 강도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팬데믹 이후의 급격한 V자 반등을 정확히 맞힌 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경제학 박사들로 구성된 연준 위원들조차 자신들의 지난달 경제 전망을 이번 달에 수정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와 두뇌 집단도 맞히지 못하는 미래를, 뉴스 기사 몇 개와 유튜버의 썸네일만 보고 우리가 예측하려 드는 것은 승산 없는 도박입니다. 하워드 막스의 조언처럼,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서부터 투자를 시작해야 합니다.


정보의 민주화가 가져온 역설, '알파'는 사라졌습니다

- 모두가 똑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는 시장에서 우위란 없습니다


과거 월스트리트의 소수 전문가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무기로 거시경제를 분석해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일반 대중이 조간신문을 통해 뒤늦게 접할 소식을, 그들은 텔렉스와 전용 단말기로 먼저 받아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정보 혁명으로 인해 서울의 대학생이 뉴욕의 펀드 매니저와 동시에 연준의 발표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시대입니다.


S&P 다우존스 인덱스가 발표하는 'SPIVA(S&P Indices Versus Active) 리포트'는 이러한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 대형주 펀드 매니저의 약 90% 이상이 시장 지수(S&P 500) 수익률을 밑돌았습니다. 막대한 정보력과 자금을 가진 전문가들조차,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보가 된 시장에서는 예측을 통한 '초과 수익(Alpha)'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 패턴은 과거보다 훨씬 다변화되고 복잡해졌습니다. 2021년 '게임스탑(GameStop) 사태'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는 거시경제 논리나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결집력과 밈(Meme) 문화가 시장을 어떻게 뒤흔들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 교수는 20년에 걸쳐 전문가들의 예측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의 예측 능력은 다트 던지는 침팬지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보는 평등해졌고 시장은 비이성적으로 변했습니다. 남들과 똑같은 뉴스를 보고, 똑같은 해석을 내리며 시장을 예측하려 하는 것은 더 이상 투자가 아니라 운에 맡기는 홀짝 게임에 불과합니다.


예측이 아닌 '대응', 사이클의 저점을 활용하십시오

- 내일의 날씨는 몰라도 지금이 겨울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측을 포기한 투자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미래를 맞히는 '예언가'의 자세를 버리고,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항해사'의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우리는 내일 비가 올지 안 올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이 더운 여름인지 추운 겨울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지수나 금리는 알 수 없어도, 지금이 경제 사이클 상 과열 국면인지 침체 국면인지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경제 사이클이 저점에 있을 때, 즉 모두가 비관에 빠져 자산 가격이 본질 가치보다 싸졌을 때 투자를 집행하면 승률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분석에 따르면, 1930년 이후 S&P 500 지수의 '가장 좋은 날 10일'을 놓치면 누적 수익률은 획기적으로 낮아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가장 좋은 날'들이 대부분 폭락장 직후나 약세장 중에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사이클의 저점에서 시장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야만 이 거대한 반등의 파도를 온전히 탈 수 있습니다.


하락보다 상승의 확률이 높은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어도 매수해야 하는 수학적 이유


물론 사이클의 저점이라고 판단하여 투자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자산 가격은 거기서 더 하락할 수 있습니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더라"라는 증시 격언은 뼈아픈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확률'과 '손익비'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이를 "확률적 사고"라고 불렀습니다.


사이클의 저점 구간에서는 추가 하락의 가능성(Downside Risk)보다 향후 상승의 가능성(Upside Potential)이 훨씬 높습니다. 이미 악재가 가격에 대부분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고점에서는 상승 여력보다 추락할 위험이 훨씬 큽니다. 거시경제를 예측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내일 당장 오를 종목을 찾는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지 리스크 관리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점 매수는 당장의 평가 손실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지만, 긴 시계열로 보았을 때 손해 볼 확률보다 수익을 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평균에 머무는 시간은 짧습니다, 지루함을 견디십시오

- 시계추는 멈추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 움직이지 않을 뿐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그의 저서에서 "시계추(Pendulum)는 양극단(탐욕과 공포)을 오가며, 평균 수준에 머무는 시간은 매우 짧다"라고 통찰했습니다. 많은 투자자가 저점 매수에 성공하고도 실패하는 이유는 사이클이 반등하기까지의 '시간'을 견디지 못해서입니다. 사이클은 우리가 원하는 타이밍에 맞춰 V자 반등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는 L자형으로 지지부진하게 바닥을 기어가거나, 투자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듯 오랫동안 소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샀으니 이제 올라야 한다는 조급함은 거시경제를 예측하려는 욕망의 또 다른 발로입니다. '지금'이 저점 영역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정확한 반등 시점을 맞히려는 노력을 멈추고 엉덩이의 힘으로 버텨야 합니다.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사이클의 순환은 필연적입니다. 그 필연이 실현될 때까지 저평가된 자산을 움켜쥐고 버티는 인내심이야말로 화려한 예측 능력보다 훨씬 중요한 투자자의 자질입니다.


결론: 불확실성을 친구로 삼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 파도를 잠재울 수 없다면, 파도에 올라타는 법을 배우십시오


결국, 거시경제 예측의 무용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에서 시작됩니다. 연준의 금리 결정이나 CPI 지수 발표에 일희일비하며 대응하는 것은 마치 날씨를 바꾸겠다고 기우제를 지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이클이 언제 반등할지 정확한 타이밍을 알 수 없습니다. 반등을 확인하고 들어가려 하면 이미 늦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큰 수익은 남들이 공포에 질려 시장을 떠날 때, 묵묵히 자리를 지킨 사람들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러니 거시경제라는 거대한 파도의 방향을 맞히려는 헛된 노력을 멈추십시오. 대신, 파도가 낮아졌을 때 묵묵히 배를 띄우고, 파도가 다시 높아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현명한 항해사가 되십시오. 투자의 성공은 명석한 두뇌로 미래를 꿰뚫어 보는 것에 있지 않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확률 높은 자리에 서서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것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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