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6년 영국에는 세기의 천재가 있었다. 미적분의 발명자, 만유인력을 알아낸 사람, 바로 아이작 뉴턴이다.
당시 뉴턴은 케임브리지대학교 종신 교수직을 보장받고 있었는데, 돌연 정부 관리인 친구가 제안한 왕립 조폐국 감사 직책을 수락한다. 그리고 최악의 수학적 실수를 저지르는데, 이는 영국 경제 위기에 미묘하면서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1662년 이전에는 세공인이 녹은 은 덩어리를 모루에 대고 망치로 두드려서 원반 형태로 만들었다. 그 결과 형태의 변동성 때문에 애초에 작은 돌출 부위가 생겼고, 무게의 변동성 때문에 언제든지 약간 더 무거운 동전이 나왔다. 그리고 이런 수타 동전을 깎아 은을 모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1690년의 의회 조사에 따르면 세공사 3명이 각자 유통되는 동전 100파운드어치를 모아 무게를 쟀는데, 약 19킬로그램밖에 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동전이라면 약 37킬로그램이어야 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동전 테두리 부분에 오늘날의 오돌토돌한 패턴을 새기고 문구도 새겼다. 또한 견본화폐검사 제도를 시행했다. 조폐국이 발행하는 1파운드짜리 은 동전 60개마다 1개씩 따로 빼 몇 년에 걸쳐 모은 다음 세공 판정단이 검사해서 무게와 은 함량이 법적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효과는 없었다.
견본화폐검사를 실시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동전에 주어지는 허용 범위가 ±1그램이라면 많은 동전의 평균 무게에 주어지는 허용 범위도 ±1그램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표본이 작을 때는 단 1개의 가벼운 동전이 평균을 많이 끌어내릴 수 있다. 하지만 표본이 크면 가벼운 동전 하나는 무거운 동전 하나에 의해 균형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므로 평균은 목표치에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드무아브르의 정리'라고도 불리는 '제곱근 규칙'에 따르면 그렇다. 즉 한 표본 평균의 변동성은 표본 크기의 제곱근이 커짐에 따라 더 작아진다.
조폐국이 교묘하게 동전 하나당 목표 무게를 100그램이 아니라 99.5그램으로 노렸다고 가정하자. 또 견본화폐검사가 이 부정행위를 알아내기 위해 2,500개 동전 표본의 무게를 잰다고 가정하자. 제곱근 규칙을 적용하면 이 2,500개 동전의 평균 무게는 99.48그램에서 99.52 사이일 것이다. 이는 통계적으로 올바른 범위인 100±0.02에서 한참 벗어난다.
하지만 견본화폐검사는 경고를 울리지 못했을 것이다. 판정단들이 99그램에서 101그램 사이의 평균치라면 통과시켰을 테니까.
뉴턴이 평생 수학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이 문제를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에는 다행히 뉴턴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있다.
이 변동성을 통해 은행은 고객의 신용카드 도난 여부를, 대기업은 해킹 시도를 알아낸다. 보험사는 보험 사기를 탐지하고, F1팀들은 레이싱카가 달리는 동안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한다.
세기의 수학 천재 뉴턴도 찾아내지 못한 비밀 하나로 우리는 지금 일상 속 이상 현상을 탐지하고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