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반년 남겨둔 때였다.
부모님은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자취방을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내게 권유했다. 권유가 아닌 강요였을까. 결국, 나는 부모님 말씀대로 경기도에서 대전까지 통학하게 되었다. 그나마 막 학기였고, 수업도 많지 않아 일주일에 3번 정도만 학교에 가도 되었다. 나는 자취방을 내놓고, 통학 생활을 시작했다. 다시 늑대의 집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나의 우울증의 원인을 부모님은 이렇게 말했다. 홀로 살 때 키우던 3년 된 강아지를 못 키우게 해서 그런 것이라고. 아빠는 그 말에 이렇게 보태어 말했다.
“개새끼가 뭐라고.”
나는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왜 우울증에 걸렸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싫어, 그냥 이렇게 말했다.
가족들은 나를 걱정하는 듯이 보이면서도, 반대로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사실 나는 졸업 후 강아지를 본가에 데려와 키우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빠는 개새끼가 싫다며 반대하였고, 방학 때 강아지를 데리고 올라올 때면 괴롭히고 못되게 굴었다. 결국 나는 아빠의 반대로 강아지를 누군가에게 분양 보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아빠는 내가 우울증 걸린 이유를 개새끼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
사랑하는 강아지를 보낼 때 찢어진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었음을, 결코 아빠는 몰랐겠지만 계속해서 개새끼라는 단어로 나를 쉴 새 없이 찔렀다.
내가 우울증에 걸렸던, 얼마나 아프던, 나는 아빠가 정한 나의 미래를 위한 행동을 해야 했다. 나는 여태껏 아빠의 말을 따랐다. 아빠가 원하는 건축학과에 들어갔고 아빠가 원하는 자격증을 따다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자격증 시험에서 나는 계속해서 낙방했다.
공부하라는 아빠의 잔소리는 점점 심해졌고, 또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질까 두려움이 앞섰다. 3번 정도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나는 자격증 책을 펼 때마다 토할 것 같고, 숨이 안 쉬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공부하기 싫으니까 별 핑계를 다 대는구나?”
졸업 후, 나는 1년간 계속해서 자격증 시험을 공부했다. 휴학 없이 학교 다니고 졸업하여 지쳐있던 내게 1년만 쉬면서 나를 찾겠다고 스스로 결정해서 얻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나는 다시 집안의 희생양이 되어 자격증 공부만 하며 정해진 미래를 위해 움직이기만 하는 가족의 희생양으로 더 굳건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