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베게트
오늘 30살이 돼서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고도가 오는 것도 안 오는 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저 함께하는 친구가 옆에 있으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허무주의가 담겨 있고, 시대상이 담겨있고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고도를 기다리면서 옆에서 수다 떨고 흘러가는 시간에 외롭지 않게 옆에 있는 든든한 친구가 있다는 것이 그저 부러웠다.
중간에 나오는 포조와 럭키를 보면 직장, 사회에서 보는 갑질과 다를 바 없고 그들도 결국 지나가 버린다. 인생을 크게 보았을 때 그런 것들은 결국 지나간다는 것.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도를 기다린 다는 것은 어떤 목적이 있겠지만 나는 그 목적이 각자의 삶에서 다르다는 것을 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에게 고도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편인데 내게 많은 돈이 주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은 지루하고 고독하다. 지루함과 고독함 끝에 돈이 생겼을 때 정작 내 옆에 디디와 고고와 같은 동반자가 없다면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나무 아래에서 고도를 기다렸는지, 그들이 어제 있었던 일인지 몇 년 전일인지, 꿈인지 헷갈리면서까지 시간의 관념을 잊어버리는 설정도 이 책에 재밌는 부분이다. 살아가다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했던 것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지나가는 시간에 그런 적이 있었지 하고 어렴풋 남아있을 뿐이다. 인생은 길고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단 하나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라는 사실만은 기억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서도 자신만의 고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게 설령 고도가 계속해서 바뀌더라도 고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인생에 목적 없이 살아가는 것만큼 의미 없는 것도 없다. 고도가 내일은 올 거다.라고 매일 같이 찾아오는 소년처럼. 누군가 내게 고도가 올 거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걸 말해주는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은 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