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하얀 눈이 쓰레기 매립지에 쓰레기가 쏟아지듯 내렸다. 2시간을 같은 속도로 같은 양으로 매섭게 몰아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뚝하고 멈췄다. 단 2시간 만에 세상은 하얀색으로 물들었다.
새벽 2시.
밤사이에 온 눈이라 누구도 밟지 않은 완전무결한 세상. 아직은 깨끗하지만 곧 더러워질 포근하고 차가운 세상을 한 발짝 걷는다.
희열. 작은 희열이 느껴진다. 이 세상에 처음 발을 딛는 최초의 인간인 것처럼 느껴진다. 차가운 공기가 뺨을 붉게 만들고 손가락을 얼게 만들어도 두근 되는 심장은 차갑게 만들지 못했다. 가로등 아래 반짝이는 하얀 눈이 이불같이 느껴지고 누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누워볼까?
내가 말했다. 옆에 있던 4살짜리 동생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던 것일까? 고개를 끄덕끄덕 두 번 위아래로 흔들더니 나보다 먼저 뛰어간다. 앞서가는 작은 발이 눈 위에 콩콩 발자국을 남기며 가로등 앞에 선다.
누나! 봐봐!
어린 남동생은 신이 났는지 폭 하고 눈 위에 누워버린다. 눕는 순간 차가운 눈이 닿아서인지 무엇인지 몰라도 까르르하며 웃는다.
나도! 나도!
앞선 발자국 옆에 내 발자국이 콩콩 찍히며 동생에게 달려갔다. 가로등 아래는 밝았고 포근하니 침대처럼 느껴진다.
별이다!
차가운 눈이 등에 닿았지만 그것보다 하늘에 별이 더 빨리 내 눈에 보였다. 코도 뺨도 손가락도 다 빨갛게 얼었다. 그러나 하나도 춥지 않다. 괜시리 반짝이는 별이 닿을까 손을 높이 뻗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