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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은 절대 가지 마

단편소설

by 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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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 잔뜩 불어버린 마을 하천 쪽으로는 절대 가지 말거라.

8살, 어린아이 손을 꼭 붙잡고 당부하신 할머니가 생각난다. 왜 그런 말을 하신 걸까, 궁금했지만 할머니는 그저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만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비 오는 날이면 아랫마을 하천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얼마 후 우리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고 할머니의 당부는 잊혀 갔다.


13년 만에 마을로 돌아와 하천을 바라보기 전까지는.


한 여름의 장마가 시작되고, 하천의 물은 거세게 흘러갔다. 나뭇잎들은 둥둥 쓸려나가고, 사람이 빠져도 허우적 될듯한 빠른 유속으로 흐르는 것이 위험해 보인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8살의 어린아이가 그곳에 갔으면 위험했을 것이다. 문득, 위험하다고 말씀하시던 할머니의 눈동자가 스쳐 지나갔다. 불안한 눈빛 속에는 다른 생각이 있는 듯했다.


“저기요! 거기!”


빗소리는 거세졌다. 물이 불어나고 있는 하천을 바라보던 내게 누군가 소리쳤다. 시끄러운 빗방울 사이를 뚫기 위해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다가왔다. 초록의 장우산을 쓰고 검은색 장화와 갈색의 외투를 걸친 중년의 남성이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해!! 학생.”


내가 위험해 보였나? 흘러가는 하천을 바라만 보고 서있었을 뿐인데, 그의 눈에 나는 물에 빠져 죽을 사람으로 보였던 걸까. 한발 짝 뒤로 물러 서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 발은 헛디뎌졌고, 미끄러운 흙에 쓸려 넘어졌다. 빠르게 흐르는 하천의 물이 어느새 자신이 서있는 인도 바로 아래까지 차 있었다. 차가운 물에 한쪽 발이 빠지고, 발목까지 물이 올라왔다. 일어서기 위해 물에 빠진 발을 빼려는데 발목을 누군가 잡는 듯 발에 힘이 들어가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발이..!”


당황하여 급하게 뒤에 서있을 중년의 남자를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위험해. 안돼. 이번에는 발목을 정확하게 잡고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조금씩 물속으로 몸이 끌려들어 갔다. 급하게 주변의 바위를 더듬거리며 힘껏 잡았지만 빗물에 미끄러졌다. 다시 손을 뻗어 잡히는 모든 것을 잡았다.

흙, 돌, 바위 잡으려 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손가락에 힘을 주며 잔디를 잡았지만 잡은 잔디는 힘없이 뽑혀버리고 몸은 점점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아아악!! 살려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를 누구라도 듣기를. 두 손바닥은 흙을 긁고 내려가면서 엉망이 되고 손톱도 몇 개 빠졌다.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빨려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지만 물은 빠져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제 그의 턱밑까지 물이 차올랐고, 간신히 나무의 뿌리를 잡고 버티고 있을 뿐. 팔의 힘은 점점 빠졌고 희망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제발..!!! “


누구라도 나를 봐주길. 도와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이 서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보지 못했던 축 늘어진 버드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다.


나무의 가지가 닿을 듯 안 닿을 듯 바람에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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