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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y 26. 2024

출근길 지하철

요즘은 사람을 만나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라 지하철에도 듬성듬성 사람들이 앉아있다.

일을 하는 인구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재택근무를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직접 출근해서 일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과거에는 지하철을 지옥철이라고 불렀다던데, 그런 세월은 진혁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본 적이 없다.

1년 뒤면 지하철도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타는 사람이 없음에도 적자를 몇 십 년째  앉고 운영하다가 더 이상의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한 것이다.


“여보세요.”


진혁의 앞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진혁은 스마트폰으로 어제의 업무 메일의 답장을 보고, 오늘 업무를 계획하며 가고 있었는데, 여자의 목소리에 생각의 흐름이 끊어졌다 잠시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고, 여자를 바라보았다.


“엄마, 짜증 나게 아침부터 전화해서 그런 소리할래?  결혼은 무슨....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응.. 응.. 아냐, 싫어. 나 결혼 안 할 거야.”


“시끄러워. 아가씨.”


그녀의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여자에게 경고를 했다.


 “아, 엄마. 안 한다고.”


“시끄럽다고 아가씨.”


 ‘그렇게 긴 통화를 한 것도 아니고, 큰소리로 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거 아줌마 되게 성질 더럽네.’

 라고 생각하는 진혁이었다.


 진혁은 무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여자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나 자꾸 그런 식이면 엄마 안 봐. 알겠어?”


 “야! 너 내 말 안 들려? 사람을 정도껏 무시해야지!”


아줌마는 여자의 앞에 걸어가 소리쳤다. 여자는 짜증 나는 표정으로 아줌마를 쳐다보고 그 순간 지하철 경고음이 발생했다.


▶ 삐삐삐- 경고경고 지하철 내 소음 발생. 상황파악 필요.

   역무원은 11-2 구역 상황파악 후 조치 바람.



경고음이 울리자 지하철 내 얼마 없던 사람들이 모두 여자와 아줌마를 쳐다보았다. 진혁은 짜증이 확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지하철 소음 발생 경고가 뜨면 지하철이 5분 정도 정차했다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간에 눈을 뜨고, 아침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나와 몇 분 몇 초 간격으로 움직이는 사람인데 5분이 틀어진 것이다.


진혁의 예상대로 곧 지하철이 멈췄다. 아직 다섯 정거장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잠시 후 역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역무원이 와서 말했다.


 “아니 이 아가씨가 사람을 무시하고, 전화를 해대잖아. 시끄럽게!”


 “제가 언제 무시를 했어요? 아줌마.”


 “어머? 내가 왜 아줌마야?”


“아, 오늘 기분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별꼴이야.”


“야! 야!!!”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 진혁은 머리끝까지 아찔해졌다.  당장에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하고 짜증이 났다.

앞으로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이 불편한 것은 역무원도 마찬가지였다.


당장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컴플레인을 걸을 거고, 역무원의 인사고과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선생님들, 싸우지 마시고 조용히 갑시다. 다른 분들에게 피해 끼치시는 거예요. 알겠어요?”


“피해는 무슨?”


 “피해 맞죠. 아줌마 때문에 지금 출발 못하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아, 짜증 나 지각하면 책임질 거야? ”


 “어디 반말이야!! 야, 너 몇 살이야!!”


싸움이 끝날 듯 안 끝나자 사람들은 하나둘 역무원에게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진혁은 지금 내려서 택시를 타야 하나 고민했다. 역무원을 바라보았다. 역무원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벨트 옆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 든다.


“아아, 여기는 열차번호 A-1037입니다. 2호선 순환 열차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여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시청역 가는 도중 발생하여 열차 잠시 멈춘 상태입니다. 참고 바랍니다.”


역무원의 무전을 듣고, 아줌마와 여자는 조용해졌다. 죄책감을 자극한 것인지 그들은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아줌마는 손짓으로 역무원에게 돌아가라고 말했다. 진혁은 역무원의 무전기가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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