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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y 26. 2024

불편선물 서비스 (1)

진혁은 5분 넘게 열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게 출근했다. 지하철 역에서부터 회사까지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매일 헬스를 하는 진혁이었지만 숨은 가빠져서 조금 거친 숨소리를 내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7시 50분 도착.

평소 칼같이 7시 40분쯤 도착하는데, 과장이 50분에 들어오자 옆자리 김대리가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

 진혁의 별명은 칼과장이다. 칼 같은 칼출근, 칼퇴근을 하며 일도 칼같이 한다고 붙여진 별명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과장님” 


“아네. 좋은 아침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오자 김대리, 이주임이 진혁을 쳐다보며 아침 인사를 건넸다.

 그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진혁이 자리에 앉아서 업무준비를 시작하자 옆자리 김대리가 빼꼼 고개를 기웃거리며 말을 걸었다. 


“과장님, 왜 늦으셨어요?”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김대리가 물었다. 


“지하철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조금 얼버부리며 말을 피하는 진혁이었다. 


괜히 긴 스토리를 얘기해 주는 것은 귀찮았기 때문이다. 


“네? 무슨 사고요?” 


진혁의 마음과 다르게 김대리는 눈치가 조금 없는 편이라 굳이 굳이 물어보았다. 


“그런 게 있습니다. 일하시죠.”


 진혁은 김대리의 거의 넘어온 머리통을 오른손으로 살짝 밀며 말했다. 


“아.. 말씀해 주시지.” 


진혁은 아쉬워하는 김대리를 어색한 웃음으로 돌려보내고, 노트북을 켰다. 

사내 인트라넷을 열자마자 보이는 메일 하나, ‘불편 선물함 서비스 사전 무료 신청’이라는 제목이었다. 


'AI 해솔이 아침에 읽어주었던 뉴스 얘기인가?'


[안녕하십니까, M사 직원 여러분. 저희 K사의 오래된 업무파트너이자 동료인 M사 여러분들에게 저희의 새로운 서비스 ‘불편 선물함’을 사전 무료 이용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려 합니다. 해당 서비스의 대중화는 내년 1월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전까지의 데이터를 확보하고자 M사 직원분들의 사용데이터를 활용하여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진혁은 여기까지 읽고, 

‘마루타가 필요하다는 말을 장황하게도 적어놨네’라고 생각했다. 


이걸 사내 전체메일로 보낼 정도면 급하다는 뜻도 있다. 


도대체 이게 뭐길래 다들 난리야?라는 생각을 하며 아래 글을 읽어보았다.


 [‘불편 선물함’은 K사의 SNS와 AI기술,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신인류서비스입니다. 

1. SNS로 선물하기 기능을 활용하여 불편 사항을 신고합니다. 

2. AI K가 불편했던 시간, 장소, 상황, 대상을 특정하고 10만 9894건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불편 사항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여 통보합니다.

3. 불편 사항이 신고되면 불편 대상에게 선물하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4. 불편 선물함을 받은 대상은 5일 안에 선물함을 열어보아야 합니다.

 5. 선물함을 열지 않을 시 불이익은 선물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6. 자세한 사항은 아래 조항에 나와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이하 내용은 첨부파일을 확인 바랍니다. ] 


'그러니까 선물함을 보 내는 것도 제약이 있고, 받는 것도 맘대로 거절도 못하는 서비스라는 거지? 이게 무슨 개 같은 서비스야. '라고 생각하며 메일창을 닫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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