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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y 29. 2024

불편 선물 서비스(2)

“어머, 대리님 메일 보셨어요? 불편 선물함?” 


이주임과 김대리는 제법 티키타카가 잘되는데, 오늘도 여전히 김대리에 자리에 찾아와 불편선물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주임이었다. 


“아 방금 봤어. 근데 이거 읽어봐도 뭔 소린지 통 모르겠다.” 


김대리가 머리를 긁적이며 화면을 열어 보여주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불편한 상황을 만든 사람에게 다시 그 상황을 재연하도록 하는 것 같아요. 증강현실 기계로 연동해서 상황을 다시 겪게 하고 AI K가 생각하는 답을 맞히면 선물을 받을 수 있대요.” 


이주임의 말에 진혁도 귀를 기울였다. 

이주임은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직원답게 같이 온 메일을 빠르게 흡수하고 이해한 대로 설명을 해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김대리가 다시 한번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물었다.


 “대리님! 불편한 상황 겪을 때 있으시죠?”


 이주임이 답답하다 듯이 대리님! 하고 조금 큰소리로 얘기를 시작했다. 


“많지!”


 “언제 겪으셨어요?”


 “어제도 있어, 어제 빵집 갔는데, 어떤 아줌마가 새치기를 하더니 5분 넘게 계산대에서 직원이랑 말다툼을 하더라고! 아니 진짜 다시 생각하니까 화나네.”


 김대리는 어제의 상황을 분노하며 이야기했다. 어느새 김대리의 의자는 이주임의 앞에 가있었다. 

진혁도 아침에 있던 일이 생각났다. 지하철에서 만난 짜증 나는 아줌마와 여자가 머릿속에 쓱- 하고 지나갔다. 


“그래요. 그런 상황을 불편 선물함에 신고를 하는 거예요.”


 “나 그 아줌마 누군지 모르는데?” 


이주임은 한숨을 푹 내쉬며, 김대리를 쳐다보았다. 


“요즘 사생활이 어디 있어요? 대리님이 가신 빵집 위치, 계산한 시간, 그날 무슨 빵 샀는지 누구랑 부딪혔는지 모를 수가 있는 세상이에요? ” 


“그건,,, 그렇지?”


 다시 한번 머리를 긁적이며, 이주임의 말에 귀 기울인다. 진혁도 이주임의 말에 어느새 집중하느냐 하고 있던 일을 잠시 멈추었다.


 “그 상황을 신고하는 거예요. 그러면 AI K가 판단해서 선물을 보낼 수 있게 해 준다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불편한 상황 자체가 선물이 아니라 진짜 선물을 보내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커피 쿠폰 같은 작은 거라도 말이죠. ” 


진혁은 선물을 왜 보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어쨌든 잘못한 상황자체를 설명해 주었으면 된 것 아닌가? ' 

이주임은 진혁이 이야기를 듣는 것을 눈치챘다. 



“과장님도 하실 거예요? 불편 선물함?” 


“아,,, 저는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굳이 돈을 주면서까지 불편함을 선물한다? 이해가 안 가네요. 더 삭막한 세상이 될 것 같은데...” 


김대리가 자리에서 팍 하고 일어나며 외쳤다.


 “나는! 한번 해보고 싶네. 결국에는 선물함을 열어보려면 증강현실 가서 반성하고 오라는 거잖아? 그리고 반성하면 내가 준 진짜 선물을 받는 거고! 서로 기분 덜 나쁘게 만든 것 같은데?” 


이주임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신청해 볼래요. 어쨌든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거고, 재밌을 것 같은데요? 요즘 인간들이 예의고 도덕이고 이런 게 없긴 하잖아요."

 이주임과 김대리는 자리에 들어가서 신청서를 작성하는 듯했다. 


진혁은 꺼놨던 메일을 다시 켜보았다. 그들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서로 기분을 덜 나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첨부파일 1. 자세한 사항 및 조항 2. 신청서 조용히 다운로드를 눌렀다. 


신청서에는 기존 K사의 SNS 업데이트 방법에 대해 쓰여있었다. 업데이트 후 재 가입을 하면 바로 동의하는 것이 되는 쉬운 방법이었 다. 자세한 사항 및 조항은 파일 크기가 제법 컸다. 수백 장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제1조 1항> '불편 선물함'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의 사생활을 AI증강현실로 재연하고 활용하되 범죄 및 법을 어기는 일을 일절 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해당 사항은 '인터넷 사생활 보호법 99조 1항'에 의하여 범국민적인 동의를 얻었음을 밝힙니다.
 <제1조 2항> '불편 선물함'의 이용의 거부하는 국민은 K사가 제공하고 있는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제1조 3항> '불편 선물함'의 제공의 임시사용기간은 2055년 4월부터 1년간 임시로 진행됨을 밝힙니다.
 <1조 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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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을 쭈우욱 내렸다. 220페이지가 넘는 조항들이 적혀있다. 1조 1항은 법의 준수하여 진행한다는 말이었고, 2항은 협박이었다. 대한민국에서 K사의 SNS와 AI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구석기시대에 혼자 살아가는 것과 같다. 핸드폰 하나로 결제가 되고 심지어 지문만 있어도 결제가 되는데 그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고, 문자메시지라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연락을 통해야 하고, AI가 제공해 주는 그 어떤 서비스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었다. 손과 발을 잃는 수준이 아니라 뇌를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이건 너무하잖아.


진혁이 속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입 밖으로 툭 하고 튀어나왔다. 큼큼- 하고 차장이 진혁에게 주의를 주었다. 


“뭐가 너무한가? 고 과장”


 “아, 아닙니다.”


 “과장님, 부탁하신 서류 메일로 보내 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들어온 지 1년 정도 된 최사원이 말을 걸었다. 급하게 메일 화면을 닫는 진혁이었다. 

왜 인지 불편선물함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알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 진혁의 화면을 최사원이 미리 캐치하여 바라보았고, 씩- 하고 웃었다. 


"빨리 했네. 확인해 보지."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해 보겠다고 하고 최사원을 돌려보냈다.

 최사원이 간 후 화면을 본 진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메일 화면을 닫자 그 아래 첨부파일이 켜져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확 인하고는 머리를 두 손으로 싸맸다. 


'쪽팔리네.' 

그때 총괄 책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의하지.” 

언제나처럼 매일 아침 9시 회의는 진행되었고, 불편 선물함이라는 특별한 서비스가 나왔다 한들 세상은 똑같이 돌아갔다. 마케팅부 3팀의 아침은 조금 떠들썩했지만 회의실에 들어오자 다시금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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