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다방에 매일 오는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은 우리끼리 노총각 박 씨, 혹은 노인네라고 부른다. 박 씨는 오거리 중간에 있는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는 잡부이고, 삐쩍 마르고 까무잡잡하며 힘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 왜소한 체구를 가졌다. 나이는 좋게 보아도 60이 거뜬히 넘어 보였다. 본인 말로는 20년 철근쟁이, 철근 박사, 그리고 대학원도 나왔다고 하는데,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여기 오는 손님 중 100이면 100 다 이런 허세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어머, 오늘도 오셨네요~ 항상 드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드리면 될까요?”
나는 웃으며 그에게 언제나처럼 같은 메뉴를 제안했다.
“어.”
장미다방에 그가 처음 왔을 때 주문한 커피가 아이스아메리카노였다. 우리는 늙은 아저씨가 아이스아메카노를 주문하는 것이 퍽 흔한 일은 아니어서 박 씨를 인상 깊게 생각했다. 그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며 말을 걸었다.
“오늘은 비가 와서 일이 일찍 끝나셨나 봐요.”
“여름이라 비가 너무 자주와. 돈 벌어야 하는데...”
그는 말끝을 흐리며 가져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돈은 벌어서 뭐 하게요?”
“돈? 먹고살려고 버는 거지. 사장은 뭐 하려고 돈 버는데?”
그가 퉁명스럽게 말하며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저는 애가 있으니까. 애기 때문에 돈 벌고 사는 거죠.”
“초등학생이라 했나? 여자애?”
“8살.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애예요. 예뻐요. 귀엽고 똘똘하고. 말도 안 듣고.”
‘남들이 욕하는 다방을 하는 것도 이제 초등학교를 입학한 내 딸을 위해서 더럽고 치사해도 하는 겁니다.’라는 말은 속으로 꾹 눌러 담았다. 이 노총각 박 씨한테 그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 후, 별말은 없었다. 날씨 얘기, 정치 얘기 그저 그런 사는 얘기뿐이었다.
그는 비가 오는 바깥 풍경의 창문을 바라보더니, 남은 커피를 한 번에 목구멍에 털어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만 가야겠네. 비가 더 거세지기 전에 말이야.”
“조심히 들어가세요.”
‘비가 와서 손님도 없는데, 얼른 가주면 나야 땡큐지.’라고 생각하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가 문을 열고 나가던 중 다시 돌아 걸어 들어온다. 뚜벅뚜벅 걸어와 내 앞에 서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는 무언가를 꺼낸다.
“이거. 애기 가져다줘. 선물.”
“네?”
그는 인사도 없이 바로 나가버렸고, 당황한 나는 그가 내게 주고 간 것을 그가 나가고서야 확인했다.
손을 펼치자 따뜻한 초록색 사탕이 있었다. 이따위 것이 뭐라고. 눈물을 나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