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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Dec 11. 2023

결혼생활비가 무조건 반반일 수 없는 이유: 재무학 관점

결혼을 하면 목적 함수(Objective Function)가 바뀐다.

출퇴근할 때 심심하니 유튜브를 들으며 회사에 간다. 어쩌다 보니 유명한 이혼전문변호사가 나와서 강연하는 것을 들었는데 요지는 요즘은 맞벌이하는 커플이 많아서 반반결혼이 대세란다. 반반결혼은 결혼식 비용도 반반, 나중에 생활비 비용도 반반, 집안일도 반반, 뭐든지 50:50으로 배우자가 가정에 기여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변호사가 말하기를 결국 이 반반을 지키다가 이혼하는 커플이 많다는 것이었다.


변호사가 말한 생활비 부분이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돈이 얽히는 문제이다 보니 민감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는 것이니 생활비를 각출할 때 한 사람이 50%씩 기여하는 게 공평한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재무학적 관점으로 이 생활비 반반이 과연 가정에게 가장 이득인 건지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기업의 목적 함수란 무엇인가?

기업재무수업을 받으면 나오는 주제가 '기업의 목적 함수'다. 기업의 목적 함수는 해당 기업이 달성하려는 주요 목표나 목적을 나타내는 방정식이다. 가장 일반적인 기업의 목적 함수는 이윤 극대화이다. 가지고 있는 자본을 최대한 활용하여 좀 더 많은 순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매출을 최대한 늘리고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풀기 위해 매일매일 회사의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과 후의 목적 함수

결혼 전: 내 재산의 극대화가 목적 함수다. 어떻게 하면 나의 부를 최대한 많이 쌓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결혼 후: 우리 재산의 극대화가 목적 함수다. 내 재산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합병으로 생겨난 우리 가정의 재산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생활비 반반 나누다가 재산을 극대화시키지 못하는 경우 예: 연금저축

새로 결혼 한 커플 A와 B. A는 일 년 연봉이 7천만 원이고 B의 1년 연봉은 3천만 원이다. 세액공제혜택이 있는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일 년에 일인당 최대 1,800만 원을 넣을 수 있다. 세액공제는 세금을 줄여준다는 뜻이다. 나중에 이 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도 소득세가 낮다. 세금을 두 번 줄일 수 있는 찬스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A는 충분히 1,800만 원을 연금저축계좌에 넣을 수 있었지만 B는 자신의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자신의 연봉으로는 1,800만 원을 연금저축계좌에 넣을 수 없었다.


결혼을 하니 가정의 총수입이 1억 원이 되었다. 일 년에 필요한 생활비를 3,000만 원 (월 250만 x 12개월)이라고 해보자.


만약 생활비를 반반한다하면 A도 1,500만 원 B도 1,500만 원을 생활비에 보태야 한다. 그럼 연봉 3천만 원 B는 남는 돈이 1,500만 원이기 때문에 연금저축계좌에 1,800만 원을 넣을 수가 없다. A는 미혼 때처럼 가능하다. 쉽게 생각하기 위해 B가 남은 1,500만 원을 몽땅 연금저축계좌에 넣는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가정의 총 연금저축금액은 1,800만 + 1,500만 = 3,300만 원이다. 3,600만 원 (1,800만 + 1,800만)이 최대한도로 입금할 수 있는 금액이니 거기에서 300만 원이 모자라다. 개월로 따지면 한 달에 25만 원씩 더 입금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하지만 가정의 총수입이 1억 원이다. 일 년에 1억 원이 가정에 들어오는데 3,600만 원의 연금저축을 넣는 것이 불가능할까? 1억 원을 하나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금액이다. 단지 이 관점에서는 더 이상 생활비 반반은 불가능하다. 1,800만 원을 연금저축계좌에 입금한 B는 1,200만 원 밖에 수중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이라는 기업의 세액공제를 최대화하기 위해 A가 총대를 메고 좀 더 생활비에 돈을 보태야 한다. 즉 1,500만 원이 아니라 1,800만 원을 생활비에 보태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혼을 예정하며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난 믿는다. 그러니 단순하게 A와 B가 둘 다 20년을 일한다고 생각해 보자. 매년 300만 원, 개월로 따지면 매달 25만 원씩 저금하지 못한 금액은 연평균8%의 수익을 가정했을 때 20년 후면 약 1억 4천만 원의 가치를 가진다. 반반결혼을 지키기 위해 포기한 절세혜택 빵빵한 노후연금이다. 한 가지의 선택으로 인해 놓쳐버리는 기회를 우리는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이 기회비용을 생각할 때, 결혼 후 부부의 목적 함수를 생각할 때, 과연 가정에서의 생활비 반반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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