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팩과 수납용품을 사기 전에 해결해야 할 한 가지
예쁘면 장땡. 20대 때의 내가 옷을 사는 기준이었다. 예쁘면 내 몸을 불편한 옷과 신발에 맞출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30대 초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언젠가부터 옷이 꽉 끼면 숨쉬기가 불편하고, 하이힐을 장시간 신고 있으면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았다.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체형이 변한 건지 예전 같은 핏이 안 나오는 옷들이 생겼다. "이걸 내가 어떻게 입고 다녔었지?"라고 의문을 갖게 되는 옷들도 하나둘씩 늘어났다.
인정해야 할 순간이 온 것 같았다. 이젠 20대처럼은 옷을 못 입을 거라고. 세월이 흐르고 나도 바뀌었다.
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한 한 적이 있는가? 옷장에 옷들이 꽉 차있다 못해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적이 있는가?
내 옷장이 꽉 차있는 건, 내가 과거를 너무 꽉 붙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리 전문가들은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들은 당근, 기부, 처분하세요"라고 말한다. 현재의 내가 즐기지 않는 옷들은 비우라는 말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로 들자면:
1. 더 이상 입지 않지만 사이즈는 맞으니 아까워서 보관하고 있는 옷
2. 다이어트해서 딱 3kg만 빼면 다시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보관하고 있는 옷
3. 이젠 내 취향은 아니지만, 고가라 처분하기 아까운 옷
4. 특별한 추억이 담겨 있어 버리기 힘든 옷.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에 출연한 배우 윤균상이 자기는 그렇게 군복과 깔깔이를 버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5. 낡아서 밖에 입고 나가긴 그렇지만 실내복으로 입으려고 보관 중인 옷.
만약 위의 다섯 가지에 해당하는 옷들이 옷장 속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제는 현재의 나를 위해 그것들을 놓아줄 용기가 필요하다.
스타일링적인 요소 외에도, 만약 과거의 나만 옷장에 존재한다면 옷이 많아도 입을 옷이 없을 것이다. 그 옷들은 지금의 나와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에 집중하고, 과거의 나를 잘 보내주면 더 많은 압축팩과 수납용품을 사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옷은 옷걸이에 걸어서 보관해야 보기에도 깔끔하고 찾아 입기도 쉽다. 가족 구성원별로, 용도별로, 색깔별로 구분해서 걸어두면 재고파악이 쉽기 때문에 중복되는 용도나 색깔의 옷을 사는 실수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옷걸이에 걸으면 어깨 부분이 늘어날 수 있는 스웨터나 니트는 개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얇은 티셔츠, 속옷과 양말 또한 개어서 서랍장에 보관한다.
속옷과 양말이 서랍장 안에서 굴러다니는 것이 싫다면, 깨끗한 신발 박스나 더 이상 필요 없는 작은 플라스틱 상자를 서랍장 안에 넣어 속옷과 양말을 구분해서 넣어주면 된다.
개인적으로 압축팩에 옷을 넣어 보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옷도 망가지고, 찾아입게 되지도 않는다. 압축하는 것 자체가 일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움이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내 옷장이 어지럽혀져 있다면, 우선 가장 정리하기 쉬운 낡은 옷부터 비워보자.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마음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