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로소피아 Jan 03. 2024

악어때문에 애완동물은 출입금지인 우리 동네 공원

산책할 때마다 보이는 야생악어들

대한민국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이 말한다. 반려견을 키우기로 했으면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고. 산책을 하는 장소중 한 곳으로 사람들이 공원을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 동네에서 반려견은 절대 공원 출입금지이다. 사람들이 동물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공원에 살고 있는 야생 악어들 때문이다. 잘못하면 애완동물은 악어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공원이 도시 아파트 옆에 있는 그런 아기자기한 곳은 아니다. 걷기 좋은 산책로와 대자연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우리 동네 공원은 집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다. 공원에는 악어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땅에서 걷고 있으면 하늘에서 독수리가 날아간다. 독수리가 뱀을 발톱으로 쥐고 날아가는 장면은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는 줄 알았는데 내 눈으로 봤다. 독수리 이외에도 각종 새는 항상 보이고 운이 좋은 사람은 멀리서 야생말과 들소들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자주 보니 이제는 그냥 동네 새.

공원에 들어가면 너비 2m 정도의 산책로가 가운데에 있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습지가 펼쳐져 있다. 악어는 햇빛을 쬐면서 체온조절을 하기 때문에 날이 화창한 날은 무조건 악어 몇 마리가 물밖으로 나와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혹자는 악어가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다. 악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눠진다: 앨리게이터와 크로커다일. 크로커다일은 난폭하기 때문에 엄청 조심해야 한다. 우리 동네에 있는 앨리게이터는 본능적으로는 사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산책로로 가까이 오지 않는다. 이 본능을 지키기 위해 사람도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절대로 악어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된다. 먹이를 주면 친구가 될 것 같지만 오히려 먹이를 받아먹는 악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며 공격대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둘째, 어린아이는 유모차를 태우거나 부모가 안아야 한다. 작은 동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악어를 본다면 약 18m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산책하고 있는 사람과 악어 사이에는 그 어떤 울타리도 없기 때문이다. 넷째, 무조건 산책로로만 걷고 절대 물가에 가까이 가면 안 된다. 육지에서 보면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그 물밑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악어는 깜깜한 밤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일몰부터 공원에 들어갈 수 없다. 사람이 자신의 몫을 하면 악어는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그저 평화롭게 따뜻한 햇살을 즐긴다.

산책하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앨리게이터는 크로커다일보다 더 뭉툭한 주둥이를 가지고 있다.

한두 번 본 악어가 아닌데 볼 때마다 신기하다. 공룡이 살았던 시대부터 있었던 존재라 그런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현재로 온 것 같다. 만화나 삽화에선 악어 피부가 초록색으로 나오는데 걔네는 크로커다일이고  앨리게이터의 피부색은 검은색이다. 멀리서 보면 무슨 커다란 타이어가 있는 거 같다. 사이즈도 다양한데 아기 악어는 하찮게 귀엽지만 어른의 향기를 풀풀 풍기는 악어는 그 포스에 기가 죽는다. 동물들을 보며 걷고 있으면 순간순간 '인간은 약한 존재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겸손해진다.


나만 야생동물들이 신기한 게 아닌지 여기서는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찍으려고 대포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나는 대포카메라는 멀리서 연예인을 찍는 용도인 줄 알았는데 이 시골에서는 동물들이 셀럽이다. 렌즈를 몇 개씩 카트에 싣고 다니는 거 보면 프로가 따로 없다. 여기서 사람들은 뭘 하며 인생을 즐기나 했는데 이런 비싼 취미를 갖고 있을 줄이야! 사람은 어디에서 살던지 마음만 먹으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존재다. 나는 아직 카메라를 살 엄두는 안 나지만 날아가는 새를 구경하게 망원경이나 하나 사야겠다. 느리고 별거 없지만 그 안에서 재미를 찾으며 살아가려는 나의 미국 시골 라이프에 대해 앞으로 써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