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로소피아 May 07. 2024

시가 30억, 실내면적 140평 미국시골집 구경해 보기

오픈하우스와 쇼케이스 홈, 미국에서 집을 아이쇼핑 할 수 있는 찬스

제대로 된 쇼핑센터가 없는 우리 동네. 새로운 것을 구경해 보는 것도 인생의 낙인데, 어떻게 하면 주어진 환경에서 아이쇼핑을 즐길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나만의 솔루션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바로 '집' 아이쇼핑이다! 그 어떤 명품과도 비교 안되게 비싼 집 몇 채를 구경하면 백화점 한 바퀴를 돌은 기분이다.


미국에서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하지 않아도 가정집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오픈하우스(open house)를 방문하는 것이다. 오픈 하우스는 매매용 주택이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되어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구매자들이 사전에 개별적으로 약속을 잡지 않고도 마켓에 나온 집을 볼 수 있다. 미국의 부동산 사이트 (예: Zillow)를 들어가면 현재 매물로 나온 집들 중에 어떤 집이 며칠 몇 시에 오픈하우스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주로 주말 이른 오후에 오픈하우스를 많이 한다.


두 번째는 쇼케이스 홈(showcase home)을 방문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동네는 주기적으로 이 지역의 건축업자(builder)들이 현재 자신들이 짓고 있는 집 몇 채를 스테이징(staging)해서 대중에게 일정시간 무료로 공개한다. 일종의 마케팅수단이다. 다양한 위치에서 지어지고 있는 집들을 보면서 동네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고, 건축업자의 실력 또한 가늠해 볼 수 있다. 쇼케이스 홈은 작은 집부터 큰 집까지 다양하다. 나는 주로 새로 개발되고 있는 동네의 쇼케이스 홈을 보러 가는데, 요즘 이런 동네는 럭셔리홈을 많이 지어서 집을 구경할 때 눈이 즐겁고 인테리어 아이디어도 얻는다. 내 기준 시골동네의 럭셔리홈은 시가 백만 달러 이상, 실외면적 1 acre, 실내면적이 3500sqft이상인 집이다. 대한민국 시골에 14억 원 이상을 들여서 최소 1,200평 부지에 지은 100평짜리 주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럭셔리홈이면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경험상 럭셔리홈도 그 나름이다. 최소 백만, 심지어 이백만 달러이상을 들여 지은 집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은 구조가 이상하고 마감 디테일이 떨어진다. 쇼케이스되는 럭셔리홈 5-6개 중에 내 눈에 럭셔리해 보이는 건 많아야 1-2개 정도이다. 실패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집을 한번 지으면 수명이 줄어든다고 하는 것 같다.


최근 아주 오랜만에 '돈 값을 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집을 보았다. 이 집은 침실 4개, 화장실 6개, 오피스, 플레이룸, 보너스룸 (4 bedrooms, 6 bathrooms, office, playroom/guest suite, bonus room)으로 이루어진 실내면적 5,149 sq.ft (140평), 실외면적 1 acre (1,200평)의 럭셔리홈이다. 돌이 깔린 반원형의 드라이브웨이가 (semi-circular paver drive) 있고, 차고는 3.5개다. 수영장과 스파가 딸려있다.

집으로 가는 드라이브웨이와 차고
집 도면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편에는 오피스가 오른편에는 다이닝룸(dining room)이 있다. 미국에서 가격대가 낮은 집은 벽이 밋밋한데, 이렇게 집이 점점 비싸질수록 벽에 돌(floor to ceiling stonework with white-wash finish)이나 웨인스코팅 기법(wainscoting feature)을 추가한다. 다이닝룸은 손님 접대를 하는 곳이고 평소 가족들이 먹는 식탁은 부엌 가까이에 따로 있다.

스톤 인테리어 오피스, 웨인스코팅 기법 다이닝룸

오피스와 다이닝룸을 지나면 거실(family room)이 나온다. 사진에는 잘렸지만 높은 천장에 Celining beam details를 넣었다. 한옥으로 치면 천장의 서까래를 노출시킨 이미지다. 오른편에 있는 유리문을 통해 수영장으로 나갈 수 있다.  

Family Room

미국사람들은 거실보다 부엌에 온 힘을 쏟는다. 집 설명을 보면 "grand center island, walk-in pantry, custom natrual wood cabinet, quartz countertops with full height quartz backsplash"라고 되어있다. 사진처럼 천장까지 닿는 우드 캐비닛은 비싸다고 알고 있다. 조리대 뒤 벽 또한 쿼츠고, 6 화구와 그릴판 있는 스토브에 오븐이 두 개다. 냉장고는 업소용이다. 아이러니하게 가전제품들은 단체요리용인데 싱크대는 작고, 음식 분쇄기(garbage disposal)의 파워는 원룸에서 쓰는 거랑 똑같다. 미묘한 미스매치다.

부엌 사진. 가스레인지 오른편이 다이닝룸으로 통해 있다.
부엌을 돌아가면 있는 넓은 팬트리룸

부엌 왼편에 가족들이 평소 밥을 먹는 공간인 누크 (nook)가 있다. 저 누크에 있는 창문너머로 수영장과 이 집이 위치한 커뮤니티의 과수원(orchard)이 보인다. 또한 누크의 벽은 액자같이 픽쳐 프레임 몰딩(picture-frame molding)이 추가되어 있다.  

이쁘다고 생각했던 Nook.

거실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라나이 (Rear Lanai)와 수영장과 스파가 나온다. 라나이에는 라운지공간, 바비큐 그릴, 바(bar)가 있다. 이곳의 별미는 바로 집 곳곳에 내장된 스피커다. 라나이 천장에 있는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눈앞에는 수영장이 있고 바람 소리가 들리니 꼭 리조트에 온 기분이 들었다.

아래는 풀, 위에는 스파, 뒤편으로는 과수원
수영장 옆 라나이. 라운지공간, 바, 바베큐그릴이 있다. 그리고 위에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온다.

야외공간에서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실내 공간은 실내 바공간과 플레이룸(playroom)이다. 성인 키높이의 와인셀러가 떡하니 있다. 여기서 마실 것을 가지고 풀장에서 놀거나 아니면 바로 옆 플레이룸에서 놀자는 의도겠지.

바 옆 플레이룸은 정말 제대로(legit)다. 카드게임전용테이블, 당구대, 그리고 티비가 있다. 책장에는 엄청 큰 체스판도 있다. 집안 전체에 달아놓은 블라인드는 절대 저가의 블라인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티비 장 옆에 옷장이 하나 있는데, 그 옷장을 열으면 집안의 스피커와 음악을 조절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있다.

게임 테이블, 당구대, 티비장

우리 집 안방만 한 다용도실을 지나면 우리 집 거실보다 큰 이 집의 차고가 나온다. 여기에는 차 3.5대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반개가 골프카트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큰집들이 즐비한 동네는 사람들이 걷기는 힘드니 골프카트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동네 안 작은 도로들을 돌아다니는 수단이랄까. 물론 큰 도로에서 골프카트를 타는 것은 불법이다. 


우리 남편의 눈이 제일 초롱초롱 해진곳이 여기 차고였는데, 이유는 바로 차고 안에 있는 수납공간과 작업테이블이다. 미국 가정집들은 가라지에 집관리용 장비를 보관하고, 그 안에서 직접 목공작업도 하기도 해서, 내 이웃집들만 봐도 가라지에 물건과 수납용품이 잔뜩이다. 그러니 이런 공간을 보고 관심 있어할 터. 심지어 차고 끝 편에 수도를 연결해서 간이 싱크대도 만들었다.

차고 내부. 수납공간이 제대로다.

거실을 중심으로 차고와 플레이룸은 거실의 오른편에 마스터 베드룸(master bedroom)은 왼편에 있다. 구조상 모든 시끄러운 곳(거실, 부엌, 플레이룸, 차고)의 정반대, 제일 조용하고 구석진 곳이다. 미국집에서 또 올인하는 한 곳이 바로 마스터 베드룸과 마스터 화장실(master bathroom)이다. 스테이징 된 방은 스위트룸같이 꾸며져 있었는데, 이 방에서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건 바로 침대에서 보이는 수영장 뷰였다. 전체적으로 수영장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집을 만들어서 거실, 누크, 안방, 플레이룸에서는 수영장이 보이게 만든 집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수영장 뷰의 마스터베드룸

마스터 베드룸 안쪽으로 옷방이 있고, 옷방 뒤에 화장실이 있다. 미국집의 마스터 화장실은 대부분 double sink인 경우가 많다. 부부가 각자의 싱크를 가지는 것이다. 집이 커질수록 한 면에 싱크를 두 개 놓기보다 사진처럼 양쪽으로 놓는다. 여기는 싱크대와 화장대가 나란히 있는 곳이 여자가 쓰는 쪽일 것이다. 또한 집이 커질수록, 샤워부스와 욕조를 따로 놓는다. 그리고 변기가 들어갈 곳을 아예 방으로 만든다. 부부가 동시에 화장실을 쓸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이런 큰 화장실을 볼 때마다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욕조 앞에 있는 창문의 역할이다. 인테리어용으로 있는 창문이고, 막상 욕조를 쓸 때는 블라인드를 내리겠지...?

초록이 보이는 욕조앞 창문이 좋기는 한데.....

미국사람들이 또 좀 신경 쓰는 곳이 게스트 베드룸(guest bedroom)이다. 내 경험상 자기 자식들 쓰는 방보다 가끔 머무는 손님방사이즈가 언제나 더 크다. 그리고 손님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쓰게 되는 거실 근처에 있는 화장실도 신경 쓴다. 미국은 도배가 비싸서 월페이퍼를 잘 쓰지 않는데, 럭셔리 홈으로 갈수록 월페이퍼를 쓴 게스트 화장실을 많이 본다. 그리고 많은 미국집들이 거실, 부엌, 안방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다른 방들은 홀대하곤 한다. 그래서 예산에 맞추려고 다른 방들을 너무 작게 만들거나, 마스터룸에 비해 다른 방들을 너무 성의 없이 꾸며놓는다. 이 집은 모든 방의 사이즈도 적당하고 각각의 방에 화장실이 다 딸려있어서 발란스가 좋았다. 누구 하나 홀대받은 느낌이 없었다랄까.

보통 미국집에서는 보기 힘든 월페이퍼를 쓴 화장실 인테리어. 꼭 거실 화장실만 이렇게 신경쓴다. 집에 있던 방 중에 제일 컸던 방이어서 이게 게스트룸으로 쓰이지 않을까 싶다.

한 집을 다 돌아보는데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런 집을 관리하려면 사람 여럿을 써야 할 텐데, 뭐 관리비가 걱정되면 애초부터 이런 집은 사면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지인 중에 훗날 성공해서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다.


여러 집들을 보면 결국 퀄리티를 결정하는 건 집 마감 디테일인 거 같다. 실리콘이 고르게 쏴졌는지, 벽과 바닥이 만나는 곳이 잘 마무리되었는지, 콘센트 커버가 똑바르게 달렸는지, 페인트가 제대로 정성스럽게 칠해졌는지 등등. 아무리 크기가 커도, 값이 나가도, 마지막 한 끗 디테일이 없으면 5% 부족한 느낌이 든다. 괜히 오지랖 넓게 이런 경우 내가 아쉬운 기분이 든다. 요즘은 자재비와 인건비 때문에 백만 달러로도 집 크기가 커지면 디테일을 놓치는 거 같다. '약간만 집 사이즈를 줄이면 해결이 될 것도 같은데. 이 욕심을 버리기는 힘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