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위해 꼭 일류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
미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점이 월마트 (Walmart)이다. 이 월마트 산하의 창고형 대형마트가 내가 애용하는 샘스클럽이다 (글 링크). 월마트도 그냥 월마트랑 월마트 슈퍼센터 (Walmart Supercenter)가 있는데, 슈퍼센터에는 식료품, 가전제품, 옷, 신발, 심지어 자동차 용품까지 없는 게 없다. 가끔 동네에 있는 슈퍼센터에 갈 때마다 '여기가 우리 동네의 최고 핫플레이스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가도 밤늦게 가도 그 넓은 주차장이 꽉 차있다. 가격 경쟁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월마트 자체 브랜드의 식료품은 다른 경쟁마트에 비해 싸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올라온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헤드라인부터 눈길을 끈다.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40만 달러짜리 직업". 40만 달러면 한화로 5억 2천만 원 정도 된다. 이 직업은 바로 월마트 지점장이다! 월마트 지점 개수를 생각하면 일하는 지점장의 수는 몇천 명이 된다. 기사에 따르면 이 몇천 명의 지점장들은 각자 350명 이상의 직원과 연간 1,300억 원의 지점 매출을 관리한다. 많은 경우 대학 학위 없이 말단직원부터 시작해서 지점장까지 올라온 케이스다. 지점장들은 기본 연봉으로 $128,000 (1억 7천만 원)을 받고 여기에 $20,000 (2,600만 원)의 월마트 주식을 받는다. 그리고 성과에 따라 최대 기본 연봉의 200% (3억 4천만 원)을 보너스로 더 받을 수 있다. 만에 하나 보너스를 한 푼도 못 받아도 약 2억 원의 연봉이다. 이렇게 월마트 지점장들의 연봉이 높은 것은 인터넷 주문도 본인의 지점에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기사가 있으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는 하는데 이 기사를 애들한테 보여주니 다들 현타가 온 표정이다. 월마트에서 일하는 지점장들이 본인이 대학 졸업하고 받을 수 있는 초봉보다 한참, 한참, 한참 높을 줄은 몰랐겠지 (실은 나도 몰랐다). 그 표정들을 위로하고자 내가 말했다. "오죽 일이 많고 힘들면 저렇게 돈을 많이 주겠니."
단점이 참 많은 미국이지만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아메리칸드림'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를 가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면 자수성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일류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어딘가에는 취업을 할 수 있고 그 첫 취업을 바탕으로 본인이 노력하면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다. 물론 미국도 좋은 대학에 가면 더 많은 기회가 있다. 다만 인생을 길게 놓고 봤을 때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커리어의 도착점을 정하는 거 같지는 않다. 오래전 회계법인에 다녔을 때도 파트너들을 보면 그들이 꼭 명문 대학을 나오지는 않았다. 대학 이름보다도 그들은 입사하고 일을 잘했으며 뛰어난 세일즈와 피플 스킬 (People skill)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시험을 잘 보는 능력과 사람을 잘 다루는 능력은 별개라는 것을 배웠다. 사람을 잘 다루지 못하면 리더가 되지 못한다.
요즘 한국은 졸업시즌인가 보다. 미국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면 간혹 일가친척 동네친구까지 단체로 학생 한 명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온 경우를 본다. 95%의 확률로 그 학생이 가족구성원 중에 최초로 대학교를 졸업했을 것이다. 그 가족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 기쁘다. 대견함, 뿌듯함, '내 자식이 해냈구나'하는 감격한 그 표정. 대학교를 가는 것만으로도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힘든 학업을 끝낸 모든 졸업생들이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