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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Jan 29. 2024

미국 마트에서 21만 원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대용량 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질리지 않게 먹는 팁

내가 팔로우하는 인스타툰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하는 만화) 작가가 최근 서울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보니 별거 안 샀는데도 영수증이 10만 원을 훌쩍 넘겼다고 했다. 미국의 대형 소셜웹사이트 레딧 (Reddit)에서도 사람들이 $100 (13만 원) 가지고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온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미국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나는 얼마만큼의 물건을 살 수 있을까?


샘스클럽 (Sam's Club)

우리 부부는 집밥을 자주 먹기 때문에 대형마트에 가서 한 번에 대량으로 음식재료를 산다. 대형마트의 대표주자는 코스트코인데 안타깝게도 우리 시골 동네에는 코스트코가 없다. 그래서 월마트의 대형마트 버전인 샘스클럽에 간다. 미국은 이런 대형마트에 주유소도 함께 있다. 동네에 있는 일반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싸기에 장을 보고 나면 의례적으로 마트 주유소에 들른다. 4인용 세단에 기름을 가득 넣으면 $40-50 (52,000-65,000원) 정도 나오는 거 같다.

샘스클럽 내부, 가격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인테리어
샘스클럽에서 이만큼의 물건을 사고 나니 한화로 19만 원 정도가 나왔다.

샘스클럽은 대형마트인 만큼 판매상품의 기본 단위가 kg (2 lbs)이다. 사진의 카트에 담긴 물건을 사고 나니 총 $146.69 (19만 원)이 나왔다. 목록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냉동 연어 1.13kg (2.5lb)

냉동 대구 907g (2lb)

소고기 치마살 1.9kg (4.5lb)

유기농 계란 24개

방울토마토 907g (2lb)

100% 오렌지 착즙 주스 1L

간 마늘 1.36kg (3lb)

양파 2.7kg (6lb)

아보카도 스프레드, 16컵

코튼캔디 포도 (샤인머스켓 같은 미국포도), 1.36kg (3lb)

치아바타 대형 바게트 2개

시금치 1.13kg (2.5lb)

이 목록에서 제일 호사라고 생각하는 게 오렌지 주스다. 생오렌지를 마트 안에 있는 대형 착즙기에 넣어 짜낸 주스여서 다른 첨가물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1L에 $9.98 (13,000원)인데 과당주스에 비해서는 훨씬 비싸지만, 보통 카페에서 파는 생과일주스 한잔 가격 생각하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금치 1.13kg는 살 때마다 양에 놀란다. 성인 두 명이 2주 정도 쉬지 않고 먹어야 없어지는 양이다.

나의 최애 오렌지 주스와 엄청난 양의 시금치

우리는 먹방러가 아니기에 1주일 안에 연어 1kg, 대구 1kg, 소고기 2kg, 계란 24개를 먹어치울 수는 없다. 소고기는 소분에서 얼려놓고 야채는 밀폐용기에 넣어서 최대한 신선도를 유지한다. 필요할 경우 얼리기도 한다. 성인 두 명이 생물 생선 1.2kg을 한 번에 먹을 수는 없기에 애초부터 냉동 생선을 사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이렇게 사놓은 음식들은 보통 2-3주 동안 먹는 것 같다.


알디 (ALDI)

미국에 사는 일인가구에게 팁을 주자면 일인가구가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는 곳은 알디 (ALDI)이다. 샘스클럽은 모든 게 대용량/업소용이라 적은 양만 필요한 아이템은 나도 알디에 가서 장을 본다.

알디 또한 최소한의 인테리어만 해놓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샘스클럽이랑 분위기가 비슷하다.
알디에서 이만큼의 물건을 사고 나니 한화로 18,000원 정도가 나왔다.

수프를 만들 때는 캔에 들어있는 콩이랑 토마토를 쓰면 편리해서 알디에서 통조림캔을 저렴하게 구입한다. 캔음식은 건강하지 않을 거란 인식이 있는데 이렇게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캔으로 만든 것은 가공식품이 아니라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물건들을 다 사고 나니 총 $14.24 (18,000만 원)이 나왔다. 목록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유 1.9L (1 gallon)

닭육수 1L

레드 키드니 빈, 카넬리니 빈

캔 토마토 2개, 캔 토마토소스 2개

셀러리

유기농 당근

이렇게 샘스클럽과 알디를 갔다 오고 나니 총 $160.91 (21만 원)을 썼다. 한번 장을 보면 이미 팬트리에 있는 재료들과 함께 꽤 오래 먹기 때문에 (2-3주 정도) "아, 물가가 너무 비싸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용량 재료를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하려면

대용량으로 음식을 사면 무조건 저렴하다. 도매가가 소매가보다 낮은 이유다. 다만 왜 사람들이 대용량으로 재료를 안 사려고 하는지는 나도 잘 안다. 사놓은 재료를 다 먹는 것도 일이고 하나만 계속 먹다 보면 물리기 때문이다.


대용량 재료를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하려면 한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만들어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치마살로 쌀국수를 만들 수도 있고, 멕시칸 스타일 바바코아를 만들어서 브리또를 만들 수도 있다.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고 카레를 만들어도 된다. 카레도 우리에게 익숙한 한식용 카레도 있지만 타이나 인도 카레도 있다. 푸드프로세서로 고기를 갈면 간고기같이 활용할 수도 있다.


시금치를 먹을 때는 나물뿐만 아니라, 시금치 오믈렛, 시금치 겉절이, 시금치 된장국, 시금치 렌틸 수프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탈리안 미네스트로수프메디테리안 렌틸콩 수프에는 당근, 셀러리, 토마토캔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재료를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야채를 다 넣고 비빔밥을 만들어 먹어도 된다.


연어도 일식스타일로 먹을 수도 있고 유럽 스타일의 연어 수프를 만들 수도 있다. 대구도 짬뽕 라면에 넣어 먹어도 되고 조림을 하거나 서양식으로 구이를 해서 먹어도 된다. 계란, 아보카도 스프레드, 방울토마토, 바게트로 아보카도 토스트를 만들고 생과일주스를 곁들여 먹으면 브런치카페가 부럽지 않다.

시계방향으로: 시금치 렌틸콩 수프, 아보카도 토스트, 태국식 시금치 덮밥, 된장소스를 바른 연어와 시금치 볶음, 미네스트로네 수프
경제적으로 장을 봐서 즐거운 식사를 하려면 약간의 호기심과 모험심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음식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까?'라는 호기심과 '나도 한번 이렇게 만들어서 먹어볼까?'라는 모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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