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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Mar 15. 2024

2022년 여름에 삼성전자 주식을 샀나요?

'T'형인간도 F’형인간도 이성적이기 어려운 주식투자

주의: 이 글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주당 45,400원까지 내려갔던 삼성전자 주식이 2021년 1월에 88,800원까지 급등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주가가 올라가 있는 셈입니다. 이때는 전 세계 주식시장이 뜨거웠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주식투자에 관심이 없었던 제 지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한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입문용으로 사는 주식 중 하나가 10개월간 주가가 거의 두 배가 된 삼성전자였습니다.


2021년 연초 이후 삼성전자 주식이 88,800원에서 천천히 하락하며 7만 원대로 내려왔습니다. 주가가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추가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면서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추는 전략 (‘물타기’)을 취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주가가 올라간다면 평균 매수 단가가 낮을 수로 투자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2022년은 한국주식시장 포함 전 세계의 주식시장이 하락세였습니다. 그 해 여름, 삼성전자 주식이 한 주당 58,400원에 거래됩니다. 지난 최고점에서 무려 34퍼센트 하락했습니다. 58,400원이면 코로나 전 2020년 2월 가격보다도 낮습니다. 이 시기에는 주위에서 삼성전자 주식 물타기 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미디어에 나오는 많은 투자 전문가들도 지금은 현금을 보유하고 주식시장을 관망하고 있을 때라고 합니다. 투자만화를 그리는 사람들도 주식에 물려 있는 상황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크게 하락해 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만화를 그립니다. 참고로 이때는 요즘 핫한 엔비디아 주식도 주당 $145에 거래되었습니다 (현재는 $883).


2023년 겨울, 삼성전자 주식이 다시 78,000원대에 거래되면서 드디어 평단을 회복했다는 콘텐츠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78,000원에 평단을 회복했다는 것은, 2022년에는 삼성전자 주식을 공격적으로 추가매수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88,000원에 10주를 매수하고 59,000에 20주를 매수했다면 평단가가 68,700원이 됩니다. 이미 2023년 여름에 삼성전자는 한 주당 7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주식 한 주의 최저가는 59,000원이었다

아이러니합니다. 고점에 샀던 삼성전자 주식을 물렸다고만 말하고 팔지는 않습니다. 팔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삼성전자가 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이 주식이 무려 34% 할인이 들어간 58,000원에 거래될 때는 사기를 주저합니다.

"망할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34% 할인가에는 주식 매수하기를 망설일까요?"

라는 이 질문에

"58,000원에서 더 떨어질 수 있으니 지금은 살 시기가 아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이 대답에 다시 질문합니다.  

"더 떨어질 거 같은 주식인데, 왜 88,000원에 산 주식은 지금이라도 팔아서 현금화하지 않고 계속 들고 있나요?"

고가에 매수한 주식은 팔지 않으면서, 주식가격이 더 떨어질 거 같아 추가 매수는 안 한다는 답변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삼성전자 대신에 엔비디아를 대입해도 똑같은 내용이 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주식투자는 생각만큼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면 재무제표를 보고 분석해서 올바른 밸류에이션을 하는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가르치지만, 이런 테크니컬한 훈련 외에도 프로페셔널에게 필요한 건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입니다. 우리는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파는’ 컨트래리언 (contrarian)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쉽게 못합니다. 공포에 샀다 하더라도, 만약 내가 이것 때문에  밤잠을 설치면 결국 얼마 못 가 다시 팔아버릴 겁니다. MBTI테스트에서 'T'형이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언제나 이성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때 오히려 주식투자가 쉬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다’라고만 생각하면 테크니컬한 방법론에 집중하게 되지만, ‘나는 감정이 있고, 이로 인해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다’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오랫동안 주식시장에 남아있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고민에 대한 저만의 솔루션은 ‘통장에 월급이 꽂히기 전에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미국의 퇴직연금펀드를 활용하여 자동이체로 꾸준히 인덱스 펀드를 매수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내가 속해있는 사회의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며 기다리는 것’.

이 방법을 유지하다 보니 2018년 약세미국주식장 때도, 2020년 봄 미국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도, 2022년 미국주식시장이 일 년간 20%가 하락했을 때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펀드가 매수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아무리 저축을 해도 잔고가 줄면 줄었지 늘어나질 않았습니다. 저축을 하는데 오히려 줄어드는 잔고를 보고 있으면 참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지만 어차피 몇십 년은 손에 쥘 수 없는 돈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현재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돈을 바라볼 때 오는 평온함이라고나 할까요. 장담컨대 만약 제 의지로 투자를 해야 했다면 이렇게 폭락장에서 꾸준히 물을 붓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때 ‘강제 매수’된 자본이 현재 자기 몫을 톡톡히 합니다.


'F'형인간인 저에게는 감정은 다스려주고 세금까지 줄여주는 이 방법이 안성맞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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