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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Dec 29. 2017

창업 연습하기

창업을 한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익숙하지 않은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한다.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를 바다는 바라보기만 해도 깊고 어둡다. 배를 몰고 서핑을 타본 연쇄 창업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창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사람들을 만나면 창업 아이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지금의 직장을 벗어나서 주체적인 일을 하기 위해선 창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창업 아이디어는 이미 강력한 플레이어가 존재하여 소규모로 진입하기 어렵다. 또, 개인이 시작하기엔 스케일이 남다른 아이템도 많다. 그러나 가끔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오곤 한다.


"정말 할 생각이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90%는 "지금은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야"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다. 나머지 10%는 실제 미약하나마 준비를 하고 있거나 어떤 식으로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리는 일을 배우는 데에 익숙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성공 방정식은 그러했다. 학교에서 책에 나온 내용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신입 사원 공채 시험을 치르고, 회사의 선배가 하는 방식을 잘 보며 배우는 것이 당연했다. 일을 기획하고 판을 벌이는 것은 내가 아닌 저 위의 어느 임원의 몫이었다.


그런데 창업은 그 임원의 몫을 처리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다. 아니, 무지의 영역이 넓다. 우리나라 정규 교육 과정엔 창업을 다룬 경우는 없었으므로 (지금은 모르겠지만), 창업은 더욱 막연할 수밖에 없다.


최선의 방법은 창업하기 전에 간접 체험을 최대한 하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쉬우면서도 중요한 간접 체험이다. 다른 이가 겪은 경험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구글캠퍼스서울을 총괄하는 임정민 센터장의 <창업가의 일>을 추천한다. 그는 소셜게임 회사인 로켓오즈를 공동창업했고,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도 일했다. 책은 '창업가의 조건', '스타트업과 아이디어', '시장과 경쟁', '창업가의 일' 등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시장의 현실을 적절히 섞어 이야기하고 있다.


IT 스타트업 슬로그업의 공동창업자 김상천 대표가 쓴 <스타트업하고 앉아있네>도 좋은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실제 창업을 한 후 겪게 될 여러 가지 실무적인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뉴미디어 비즈업이 낸 <스타트업 투자유치법>은 실무와 함께 먼저 창업한 선배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엑셀러레이터, 코워킹 스페이스, 인큐베이터, 스타트업 미디어, 그리고 스타트업 등의 테마로 정갈하게 구분해 정리한 <더 스타트업 카르텔>은 스타트업 업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창업 스터디에 참여하는 것도 매우 좋다. 창업을 꿈꾸고 실행에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힘이 되어줄 조력자를 찾는 게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 모임에 나가게 되면 실제 나와 같은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 고민을 풀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사내벤처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그 제도를 이용해 볼 수 있다. 사내벤처는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의외로 크게 성장한 기업 가운데 이 사내벤처 방식을 활용한 곳이 많다.


한 번 창업에 실패하게 되면 후유증이 적지 않다. 가족이 겪게 될 고통도 크다. 창업이 힘든 만큼 한 번의 실패를 딛고 재창업에 성공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시니어 직장인이 젊은이들에게 "내가 그때로 돌아가면 창업을 한 번 해봤을 텐데"는 단순히 꼰대의 잔소리만은 아니다.


실패보단 성공에 방점을 찍고 달려 나가야 하는 게 창업이지만,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공고히 하고 창업 이후에 겪게 될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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