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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Jan 11. 2018

암호화폐 광풍, 왜 우리나라가 유독?

취재원을 만나면 100% 암호화폐 이야기가 나온다. 100%다. 투자은행을 취재하는 기자이기 때문에 금융권의 인사이더를 주로 만나게 되는데, 금융통인 그들도 우리나라의 암호화폐 광풍에 대해선 물음표다. 전통(?) 금융권의 그들은 암호화폐의 리스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투자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왜 우리나라일까? 잡담 아닌 잡담 속에서 여러 차례 거론된 그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치열하게 숫자를 분석하거나 암호화폐에 대해 기술적으로 깊게 연구한 것은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면 좋겠다.



High Return 투자 대상의 부재

팍팍한 일상에서 누구나 대박을 꿈꾼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 안다. 로또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다른 방법을 접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High Risk, High Return' 시장인 코스닥도 최근에 들어 상승했지만, 장기적으로 투자자가 기대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동산도 답은 아니다. 거금이 필요했고, 지금의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열풍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다가 암호화폐 거래소가 생겼다. 그것도 친절하게 한글로. 우리나라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전 세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뛰어난 UX는 누구나 쉽게 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은 암호화폐의 기술을 100%, 아니 50%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한국인의 특유의 촉으로 '거대한 무엇'이 나타났음을 알았다. 그것이 축복이던, 파멸이던. (지금까진 축복이다) 


촘촘한 인터넷과 규제의 부재

처음에는 소소한 투자 성공사례가, 작금엔 영웅적인 레전드 사례가 탄생하면서 암호화폐 투자는 트렌드가 되려 하고 있다. 촘촘한 인터넷망과 수많은 재야 투자자의 분석이 이러한 트렌드를 재촉하고 있다. 투자를 독려하는 비제도권의 세력과 우려를 제기하는 제도권 세력의 충돌이었지만, 사람들은 제도권의 분석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규제는 거래규모와 시장 크기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암호화폐'를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처럼 보이게 했다. 규제당국의 조바심은 오히려 암호화폐의 파급력을 강조하는 꼴이 되었다.


묻지 말고 '가즈아'

누군가 비트코인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블록체인'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그리 깊이 있게 듣진 않는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마일리지'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우리는 종종 결과를 보고 결정을 하곤 하는데, 암호화폐 광풍은 꼭 그런 꼴 같다. "이것 봐, 오르잖아. 뭔가 있어"라는 식. 그리고 암호화폐를 공부하는 데에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다만, 뉴스를 읽고 시세를 확인할 뿐이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것인데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우리의 뇌가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이다. '가즈아'는 때를 놓치면 기회를 잃는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단어라는 게 나의 시각이다.


끝일까? 시작일까?


10년 뒤, 아니 5년 뒤, 우리는 비트코인으로 콜라를 사고, 이더리움으로 집세를 내게 될까? 모를 일이다. 지금의 암호화폐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정부와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새로운 암호화폐가 나오게 될까? 이 역시 모를 일이다. 지금은 일련의 투자를 통해 일확천금을 한 그들의 용기와 선견지명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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