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시스템: 아날로그와 블록체인
글 쓰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과정은 지난합니다. 글을 상품의 형태(기사, 책, 잡지 등)로 변환하고, 플랫폼(언론사, 서점, 출판사 등)을 통해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죠. '글=돈'이라는 개념은 세속적이란 시각도 일부 있습니다. 정보에 비용을 지불하기 아쉬워하는 기류도 분명 있습니다.
브런치는 이런 세태에 하나의 솔루션을 내놓았습니다. 좋은 작가와 좋은 글을 모은 플랫폼을 만들고, 다양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브런치북을 선정하고, 출판사와 연결하는 구조는 신인 작가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돕습니다.
브런치가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글의 가치를 높이는 와중에 스팀잇(Steemit)이 나타났습니다. 브런치를 아날로그적으로 보이게 할 정도로 트렌디한 블록체인 기술을 들고 말이죠.
작가와 글과 블록체인, 그리고 SNS의 결합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생산 및 소비문화를 만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콘텐츠에 대한 즉각적이며 충분한 보상이 지속 가능하다면 이 실험은 성공할 테니까요.
스팀잇에 대해 더 알아봅시다.
스팀잇은 포스팅한 글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한 블록체인 기반의 SNS입니다. 포스팅(Posting) 혹은 투표(Voting)를 하게 되면 1주일 후에 리워드(Reward)를 지급받습니다. 리워드는 스팀파워(Steem Power)와 스팀달러(Steem Dollar)의 형태입니다.
스팀파워는 스팀잇 내부에서만 사용되는 커뮤니티 머니입니다. 스팀파워가 많을수록 투표할 때 보상이 커집니다. 스팀달러는 다른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와 보상
왜 보상은 중요할까요? 보상은 바로 콘텐츠의 질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오는 보상이 불확실하고 적다면 그 노력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서 작가는 10% 정도의 인세를 받습니다. (유명할수록 인세는 높아집니다) 1만 5000원 책이 1만 권 팔려야 1500만 원을 벌 수 있죠. 물론 판매고가 올라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또,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출판사를 믿어야 할 뿐입니다.
블로그와 기사도 상황은 저자 혹은 기자에게 좋지 않습니다. 과도한 경쟁 체제 아래 광고를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오랜 품을 들여 만든 글과 기사는 쉽게 묻히곤 합니다. 낚시성 글이 난무하면서 작가와 기자는 좋은 글을 쓰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합니다. 기레기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브런치의 신선한 도전
제가 경험한 브런치는 그래서 작가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제한된 작가 풀을 만들고, 그럼으로써 무분별한 경쟁을 줄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이들 작가가 먹고살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글로써 인지도를 높이고, 출판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은 작가가 새로운 루트를 확보하도록 하는 역할도 합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브런치가 광고 없는 청정한 블로그 시스템을 지향하면서 블로깅에 대한 일상적인 수익 모델은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독자 중심의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쾌적한 플랫폼은 더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작가를 위한 것이겠지만, 수익 모델이 제한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스팀잇의 미래
콘텐츠 플랫폼의 핵심은 누가 어떤 콘텐츠를 올리며 그 질은 어떠 한가입니다. 그리고 누가 어디에 콘텐츠를 올릴 것인가의 핵심은 어떠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가입니다. 보상은 돈과 영향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팀잇은 유튜브, 페이스북, 브런치 등 기존의 플레이어보다 UX는 떨어지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빠르게 개선될 수 있겠지요. 메커니즘은 여타 플레이어보다 작가 지향적이며, 작가와 독자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어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상 시스템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스팀잇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여러 SNS와 동시에 말이죠. 그리고 그 성과를 보면서 어느 플랫폼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지 결정하게 되겠죠. 아마도 향후 스팀잇뿐만 아니라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의 SNS가 탄생하게 될 텐데 기존 SNS 플레이어와 어떤 구도로 갈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