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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Mar 04. 2016

개와 고양이를 아이와 함께 키워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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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들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키워도 되겠냐는 주위의 우려가 많기 때문이죠. 저 역시 고민이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살 고양이와 두 살 쌍둥이는 그럭저럭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반려동물과 아이를 함께 키워도 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의사와 수의사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돌아온 답변은 "괜찮다"였습니다.


"괜찮다"는 답변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먼저 조심해야 할 점들을 잘 인지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선 '알레르기'입니다. 털이 있는 반려동물(대부분이겠죠)은 아이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아이와 반려동물을 격리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어른들도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곤 하는데, 아이는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아쉬운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음은 '위생'입니다. 다른 종의 동물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성 혹은 세균성 질병을 조심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을 자주 씻기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고, 정기적으로 동물병원을 찾아 예방접종을 하고, 검진을 해야 합니다. 


특히 자주 언급되는 게 고양이에게 기생하곤 하는 '톡소플라즈마'입니다. 일단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입니다. 톡소플라즈마는 한국에선 살기 힘든 기생충이라 톡소플라즈마 기생충이 있는 고양이는 1% 미만입니다. 물론 1%라도 방심할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말이죠. 톡소플라즈마가 고양이에게 기생하게 되는 경로는 바로 쥐를 통해서인데, 집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결론은 "조심하면 위험할 일은 없다"입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부모의 관심은 반려동물에게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더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제가 키우는 고양이도 부쩍 먼저 다가오고 안기는 모습이 생겼는데, 제가 주는 애정이 부족해져서 그런 것 같아 안쓰런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독립적이라는 고양이가 이 정도인데, 개의 경우는 더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겠죠.


그래서 간단한 스케쥴을 정해 놓는 게 좋습니다. 이를테면 아침 일찍이나 저녁에 30분 정도는 반려동물과 함께 놀아주는 거죠. 간식도 꼬박꼬박 챙겨주면서요. 육아를 하다보면 정신없이 하루가 가고, 그러다보면 하루종일 반려동물은 혼자 있을지도 모릅니다.


반려동물과 아이만 남겨두면 '절대' 안됩니다. 나와 가까운 반려동물이 아이와도 가까운 사이가 아닐 수 있습니다. 또, 반려동물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애정을 표시하거나 아기를 대합니다. 개는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고자 물 수도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식이죠. 개는 자신의 자식을 교육할 때 주둥이를 사용합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죠. 특히, 고양이는 장난칠 때 깨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 집사들의 팔에 생채기가 떠날 날이 없습니다.


반려동물과 아이가 한 공간에 있을 때 어른도 그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함부로 반려동물을 만지게 해선 안 되고, 동시에 반려동물이 아이에게 반감을 갖도록 해서도 안 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아이를 함께 키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둘 다 보살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죠. 또, 둘의 캐릭터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손이 더 많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너무 네거티브한 점만 얘기했나요? 이제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반려동물은 아이의 놀이상대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고양이를 바라만봐도 흐믓한 미소를 띱니다. 못 만지게 해도, 다가가지 못해도 아주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죠. 고양이도 그런 아이들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봅니다. 영국 워릭대학의 맥 니콜라스 심리학 교수는 "반려동물은 유아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며, 비밀을 보장해주는 대화상대가 되어 준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운동량이 늘어납니다. 반려동물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지 않죠. 오로지 몸으로 놉니다. 아이들도 반려동물과 함께 놀기 위해선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것도 매일 꾸준히 말이죠. 골목에 함께 놀 친구가 부쩍 없어진 요즘 반려동물은 아이의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습니다.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대 신남식 수의과대학 교수는 "어려서부터 동물과 함께 한 사람은 커서도 천식 발생률이 낮고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논문이 많다"고 얘기했습니다. 실제 소를 키우는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위험하지 않은 항원에 아이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향후 강하고 위험한 질병을 이겨낼 힘을 기르게 된다고 합니다.


반려동물과 아이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도 없습니다. 이들이 함께 인생을 공유한다면 그보다 값진 추억도 없겠죠. 여기서 부모의 역할, 특히 아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아빠는 보조 양육자의 입장인데, 그만큼 주양육자인 엄마를 잘 보좌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털을 자주 치워주고, 대소변을 깔끔히 처리하는 등 일상적인 잡일은 보조 양육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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