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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Mar 07. 2016

'스칸디 대디'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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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미지가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말이죠. 제가 자랄 때만 해도 아빠의 모습은 직장생활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집안 살림에 필요한 대부분의 소득을 아빠가 맡았죠. 동시에 아빠는 조금은 어려운, 가깝지만 먼 존재였습니다. 대신 엄마는 집에 있으면서 항상 아이와 함께 했죠.


하지만 요새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물론 현실은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기란 아직도 어렵지만, 의식만큼은 크게 달라졌다고 봅니다. 저만 해도 아이와 친해지고 싶고, 성장과정에서 정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면서 '스칸디 대디(Scandi Daddy)라는 신조어도 나왔습니다. 북유럽식 양육방식을 추구하는 아버지란 얘깁니다. 스파르타식 교육방식의 아빠에서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고, 인성에 중점을 둔 교육을 원하는 아빠로의 탈바꿈인 것이죠.

도대체 북유럽식 양육이란 무엇일까요? 


북유럽 육아 중 가장 강조되는 게 아빠와 아이가 지내는 시간이 길다는 겁니다. 북유럽 국가는 육아와 관련된 복지가 잘 돼 있기로 유명합니다. 자연히 아빠와 아이가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죠. 


스웨덴에서 부모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480일간의 육아휴직을 보장받고 부모들은 각각 60일간 의무적으로 휴가를 써야 합니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기간을 아빠의 달(Daddy month)라고 부릅니다. 휴직기간엔 당연히 월급을 받습니다. 스웨덴 아빠들은 라테 대디(Latte dads)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한 손으로 커피를 마시며 다른 손으로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때문이죠.


시간만 낸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함께 잘 놀아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도 신경 써야 하죠. 아래 더 타임(The Time)이 소개한 북유럽 스타일의 부모가 되는 골든 룰에 대해 알아봅시다.


부모가 정한 집안의 규율을 따르게 한다.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다. 아이들도 어른과 같이 존중한다.  
일상적인 행동이라도 가족 구성원과 함께 규칙에 따르게 한다. 
아이들은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활동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 춥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  
7살 전까지 읽는 방법 가르치지 않는다. 7살까지 읽는 교육을 하지 않아도 북유럽 아이들은 영국 아이들보다 더 열성적으로 책을 읽는다.  
레고 놀이를 한다. 레고는 덴마크어로 ‘잘 논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학자들은 건축놀이는 논리와 공간 지각 및 수학능력 발달에 최적의 행위라고 추천한다. 
북유럽에서는 아이들이 6~7세가 되면 자세한 성교육을 시작한다. 때문에 북유럽 국가들은 전 세계에서 청소면 임신율이 가장 낮고, 영국에 비해 성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나이가 더 늦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스칸디 대디가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아빠가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 직장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그런 직장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아빠들의 휴직 비율을 2020년까지 15%로 끌어올린다는 목적만 봐도 현재 상황을 반추해 볼 수 있습니다.


스칸디 부모 트렌드가 불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정신의학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빠인 다비드 에버하르드는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라는 저서를 통해 "스웨덴이 떼쟁이 아이들의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를 중심으로 한 육아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겁니다. 우리나라의 '맘충'이라는 비속어처럼 스웨덴에선 아이의 앞길을 다 닦아놓는다는 의미로 '컬링'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란 어렵나 봅니다. 호랑이 아빠도, 스칸디 대디도 너무 그 취지에만 몰입하다 보면 육아를 그르칠지 모릅니다. 아이가 공동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내심도 가르쳐야 하며, 자유의지에 따라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창의력도 길러야 합니다. 결국은 균형 잡기의 문제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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