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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Dec 10. 2019

온라인에 뿌리내린
오프라인 소셜 디스커버리


20년 전, 커뮤니티 멤버십 서비스가 나왔다면 반응은 어땠을까? “왜 그런 데에 돈을 쓰지?”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 돈을 쓰는 건 그리 ‘쿨’한 게 아니었을까? 당시엔 이 같은 사업을 하는 곳이 <듀오>와 같은 결혼정보회사 정도였다.


그러나 <듀오>를 얕잡아볼 건 전혀 없다. 24년 업력을 지닌 <듀오>는 결혼정보사업에서 단연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19년 12월 9일 기준 회원수는 3만 1000명이 넘는다. <듀오>가 밝힌 성혼회원수는 4만 명이 넘는다. 5시간에 1명씩 <듀오>를 통해 결혼을 한다.


Offline to Online


<듀오>는 목적이 명료하다. 결혼이다. 그러나 결혼을 위한 만남은 부담스럽다. 또 결혼 말고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듀오>는 부적합했다. 데이팅 앱은 지인을 통해 행해지던 소개팅을 디지털화하며 크게 성장했다.

데이팅 앱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내 데이팅 앱 시장 규모는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또 2~3년 내 5000억 원으로 그 규모가 매우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선자가 사람에서 앱으로 바뀌고,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 주선자에 대한 부담감도 없을뿐더러 내가 원하는 상대가 나올 때까지 (심적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몇몇 데이팅 앱을 살펴보자.


<아만다>는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데이팅 앱이다. 이 앱은 ‘아만다 가입 심사’를 통해 회원 등록을 한다. 자신의 얼굴을 업로드하고, 동시에 이성에게 첫인상 점수를 받는다. 좋은 이미지를 등록하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외모적으로 호감을 주는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구조를 짠 것이다.


<정오의 데이트>는 국내 최초 데이팅 앱이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실시간 위치를 기반으로 이성을 찾아주는 기능과 목소리를 녹음해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을 담고 있다. 또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게시판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연애 커뮤니티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틴더>는 국내보단 외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앱이다. 스와이핑 앱 중 하나인 <틴더>의 사용자는 다른 이용자의 사진을 보고 오른쪽으로 넘기면 호감을 나타낼 수 있고, 왼쪽으로 넘기면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넘어갈 수 있다. <틴더>는 즉흥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UX를 제공한다. <틴더> 사용자 23%는 매일 이 앱을 쓰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45.5%는 <틴더>를 통해 실제로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고 답했다.


Back to the Offline


<듀오>보다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를 지향하는 많은 사람들이 데이팅 앱을 찾았다. 온라인에서 상대를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방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좀 더 진지하고 생산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데이팅 앱을 통해 충족하긴 쉽지 않다. 온라인의 인물과 오프라인의 인물 간 괴리는 여전히 존재했다. <듀오>와 마찬가지로 데이팅 앱은 남과 여의 관계란 큰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더 자연스러운 만남, 그리고 그것이 꼭 남과 여의 국한되지 않은 교류를 원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원했다.


<트레바리>는 책을 매개체로 삼았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고 서로 토론한다는 틀 안에 사람들이 모였다. 책은 이 세상의 모든 주제를 아우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모임이 만들어졌다. 누군가는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 <트레바리>에 등록하기도 했지만, 그게 흠이 되지 않는다. <트레바리>의 여러 기능 중 하나기 때문이다. <트레바리>는 데이팅 앱이 줄 수 없는 몇 가지 기능, 이를테면 자기 계발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결을 제공했다.


<트레바리>의 뒤를 이어 <문토><담화관>과 같은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두 스타트업은 각각 취향과 영화를 매개체로 삼는다. 온라인 게시판과 댓글이 아닌 직접 만나 취향을 나누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20년 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세계가 되어버린 지금, 더 효율적인 만남을 중개하고 스케쥴링과 장소 섭외와 같은 번거로운 일을 대신할 누군가의 등장은 20년 전과 달리 환영받고 있다.


<회사_밖>은 ‘직장인의 네트워킹’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_밖>은 강남역, 선릉역, 삼성역, 역삼역, 판교역, 을지로역, 광화문역 등 주요 오피스 타운 근처에서 직장인끼리의 매칭을 추진한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고 편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목적이다. 주로 20대와 30대 직장인이 <회사_밖>의 이메일링 풀에 등록이 되어 있으며, 남녀의 비율은 6대 4 정도다.


<크리에이터클럽><헤이조이스>는 공간이 중심을 잡는다. 멤버십에 가입한 이들은 이 공간에서 이뤄지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긴다. 공간은 소속감을 주고, 사람과 사람을 더 강하게 연결하는 힘을 발휘한다. 공간은 사람을 모이도록 하고, 모인 사람들은 더 강렬한 콘텐츠를 만들고, 다시 이 콘텐츠는 사람을 끌어들인다.


Offline + People = Strong connection


대학시절을 회상해보자. 우리의 추억은 무엇에서 비롯되나? 내가 배운 학문 혹은 학점은 아니다. 건물과 캠퍼스도 아니다.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 건 동아리 사람들과 동기와 과 사람들과 경험한 에피소드다.


나도 꼰대일까? 온라인의 경험은 좀체 평생 기억되는 에피소드가 되지 못한다. 다음 카페나 여러 커뮤니티의 인기글은 무척 재미있지만, 이내 머릿속에선 삭제된다. 각인되는 에피소드는 ‘맥락’이 있다. 특히 사람과의 인연이란 맥락. 시간을 들여 형성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바탕을 둔 흥미로운 행동과 경험은 우리 인생의 자양분이 된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생존하도록 진화했다. 온라인만으로 소통하고, 온라인만으로 관계를 맺기란 어렵다. 그리고 불완전하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데이팅 앱이 편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을 건드렸다면, 오프라인 관계 구축을 돕는 비즈니스는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에 초점을 맞춘다. 껄끄러울 수도, 불편할 수도, 귀찮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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