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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Jul 15. 2020

부캐의 시대

■유재석과 유산슬


2019년 데뷔한 트롯 가수가 있습니다. 유산슬이란 독특한 이름의 트롯 가수는 TV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데뷔했죠. 유산슬은 우리나라 대표 MC 유재석입니다. 하지만 유산슬은 유재석과

별개의 인물처럼 행동합니다.


유산슬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TV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했을 때의 일입니다. 시청자가 유재석과

유산슬의 관계에 대해 묻자, 유산슬은 “유재석은 본인 스스로 결정하지만, 유산슬은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존재”라고 대답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유재석과 유산슬을 별개로 취급하는 걸

넘어서서 ‘유산슬은 소속사 ‘빽’으로 뜬 가수’라는 밈(meme)마저 생겨났습니다.


유재석은 본캐, 유산슬은 부캐입니다. 본캐는 ‘본래의 캐릭터’라는 말의 줄임이죠. 그리고 부캐는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서브 캐릭터’를 말합니다. 이 개념은 온라인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부계정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그리고 오버워치와 같은 게임 등에서 쓰이는 두

번째 혹은 서브 계정을 말합니다. 이 부계정이나 부캐는 원래의 계정을 보강하는 데에 쓰이거나 혹은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고 싶어 만들어집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정해진 나의 이미지가 있어요.
그게 싫진 않지만, 또 다른 내 안의 특징을 표현하고 싶어요.
물론 원래의 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요.


때론 부계정과 부캐는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발현하게 하는 통로의 역할을 합니다. 본캐를 어느

정도 키운 뒤 다시 나만의 개성이 담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을 때 부캐를 씁니다. 혹은 다른 종족이나

직업을 경험하고 싶어서 부캐를 만들기도 합니다. 때론 부캐가 성장해 어느새 본캐의 역할을 하기도

하죠.


■또 다른 나의 아이덴티티


온라인 세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요?


유재석은 오랫동안 춤과 노래에 대한 열정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유산슬이 탄생했습니다. 굳이

연예인이나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여러 캐릭터를 만들며 살아갑니다. SNS는 두 번째

아이덴티티(Identity)를 발산하기 제격인 도구입니다. 우리는 직장이나 가정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을

SNS에 드러냅니다. 내성적인 사람이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주장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하며, 거칠어

보였던 상사가 인스타그램에 감성적인 사진을 올리기도 하죠. 어리게만 봤던 직원이 브런치에 남긴

철학적이며 깊은 의미를 담긴 글을 읽는 경험도 하게 되지요.


수많은 직장인 유튜버가 활동하는 시대입니다. 직장인 한시연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20만 명이 넘습니다. 그녀의 유쾌한 영상은 수많은 사람을 그녀의 팬으로 만들었죠. 직장인 브이로그를

찍으며 얻은 수익은 월급을 넘어섰습니다. 먹방뿐 아니라 직장과 집에서의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영상이 그녀의 유튜브 채널 목록에 가득합니다.


논란도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유튜버를 직업으로 간주해 겸직은 사규 위반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상의 내용이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한 기업이 징계를 내리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기업은 직원의 유튜브 활동을 경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긴 합니다. 유튜브

활동이 기업의 명성이나 본업의 역량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기 때문이죠. 23만 명의 구독자를 둔

유튜버 돌디는 2019년 6월에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했습니다. 회사와의 갈등 때문이었죠.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겸업 금지를 문제 삼아 퇴사시킬 수 있단 위협적인 말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럼에도 사회의 흐름을 몇몇 기업의 반발로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많은 직장인이 유튜버를 꿈꿉니다.

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019년 10월 3,543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3%가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영향력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이를 제2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인 조사를 보면, 유튜버 희망자는 월평균 396만 원의 수익을 기대합니다. 이는

웬만한 기업의 월급을 넘어서는 수준이죠.


정해진 업무를 해야만 하는 직장과 달리 유튜버는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또 관심이 있는 주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영상으로 잘 풀어낼 수 있다면 원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는 거죠. 물론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만, 직장인은 자신만의 유튜브 채널을 중요한 사이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는 아닙니다. 본업 외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단계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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