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할 땐 책을 내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책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진 않았습니다.
그저 글쓰기를 시작했을 뿐이에요.
출판은 많은 직장인의 꿈입니다. 실제 적지 않은 직장인이 책 쓰기에 도전하지만 실패합니다. 4년만에
다섯 권의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 스테르담(필명)에겐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던
걸까요?
사실 그가 글쓰기에 특별한 재주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때는 직장생활 10년차가
넘었을 때였죠. 2004년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한 스테르담은 여느 직장인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출근했다가 퇴근하면 침대에 쓰러지기 일수였습니다.
원했던 해외 주재원 생활에서도 공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2014년 네덜란드 법인으로
파견되면서 주위 동료의 부러움을 샀지만, 그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그를
압박했습니다. 그러다가 번아웃(burnout)이 찾아왔습니다. 의욕적으로 이에 몰두했지만, 피로감은
몰려왔고 무기력감을 느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한다는 일은 페이스북 등 SNS를 들쳐보는
것이었죠. 나를 위해 할 일이 없다는 불만이 마음속에서 자랐습니다.
탈출구가 필요했습니다. 소비적으로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스테르담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물건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결론은 무형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었으나 특허 따위를 내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는 문득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그는 글쓰기와는 영 거리가 먼 직장인이었습니다. 직장생활 10년이
넘도록 자신만의 글을 쓴 적은 없었죠. 그는 글쓰기에 특별한 목표를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쓴다던가 1년 뒤에 책을 낸다는 등의 목표를 세우지 않았던 거죠. 대신 딱 1년 동안 글을
써보고, 돌이켜보았을 때 글이 쓰레기처럼 느껴진다면 그만두고 말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쓰기가
딱히 사이드 프로젝트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스테르담은 네덜란드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네덜란드의 대기업 주재원이었던 그는 누구보다 그
나라에 대해 잘 알아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업적으로도 그 작업은 그에게
필요했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키가 그렇게도 큰데 왜 냉장고는 작은 걸 쓸까?’, ‘암스테르담의
집은 왜 다 기울어져 있을까?’, ‘그들은 왜 그토록 검소할까?’와 같은 마음 속 궁금함에 대한 답을
글로 풀어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글엔 네덜란드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담겼습니다.
브런치란 작가 플랫폼을 만난 것도 그때 즈음입니다.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블로그 플랫폼인 브런치에
두 차례 작가 신청을 했지만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브런치에 차곡차곡 글을 쌓았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봤는데 너무 좋아요.
책으로 내보시는 건 어떠세요?
어느 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책 ‘일상이 축제고, 축제가 일상인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스테르담을 글쓰기는 이어졌습니다. 십 년이 넘게 직장생활을 어렵게 했는데 남은 게 없으면 억울할
것만 같았죠.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일과 감상을 후배에게 남기는 형식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 주재원, 해외영업, 마케팅 등 그의 직장인으로서의 키워드가 그의 글에 녹아
들었습니다.
또 다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젊음이 젊음에게 멘토링’을 보고 감명
받은 출판사 담당자가 출간을 제의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2019년 1월 두 번째 책 ‘직장 내공’이
나왔습니다.
세 번째 책은 2019년 3월에 출간됐습니다. ‘직장 내공’을 준비하던 때에 또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던 것입니다. 직장인의 고민과 일상을 다룬 브런치의 글들은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라는 책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직장생활에 지친 많은 이에게 용기를 줬죠.
브런치에 차곡차곡 쌓인 글을 바탕으로
바로 책을 낼 수 있다는 게 브런치의 매력이에요.
스테르담은 책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사색을 글로 풀었을 뿐이죠. 그런데 그는
어느새 세 권의 책을 낸 직장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2020년에도 어김없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두 아들을 둔 그는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의 형식으로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스테르담은 그에 대한 목마름이 컸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미리 적어놓고
싶었죠. 마음, 실천, 인생, 결혼, 가난, 시간, 행복, 죽음, 일, 일상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그는
아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 글들은 다시 하나의 책으로 엮였습니다. 그렇게 2020년 1월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가 탄생했습니다.
스테르담의 네 권의 책은 그의 세계관과 인문학, 그리고 심리학이 아우러져 있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사색하는 습관이 있었죠. 네덜란드와 직장생활, 그리고 육아가 그의 책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글과 책을 통해 오롯이 형성된 그의 세계는 또 다시 기회를 불러왔습니다.
이번엔 출판사가 책을 의뢰한 것입니다. 그간 네 권의 책이 이미 써놓은 글에 기반을 두었다면, 이번엔
기획출판이었습니다. 출판사 담당자는 ‘견디기’와 ‘버티기’에 대한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다섯 번째 책 ‘견디는 힘’이 탄생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강연 요청도 들어왔습니다. 기업, 관공서, 대학교 등에서 강연을 진행했죠. 직장인
동기부여, 해외 마케팅과 영업, 그리고 자기소개서와 면접방법 등 그는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맡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그는 사내강사이자 공채 면접관이기도 합니다.
본업이 흔들리면 사이드 프로젝트도 흔들리게 됩니다.
본업에 충실해야 합니다.
스테르담이 오랜 기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배경엔 본업이 있습니다. 그는 절대 회사에서 글을
쓰지 않습니다. ‘좋은 딴짓’은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는 딴짓이고, 본업을 흐리게 하면 ‘나쁜
딴짓’입니다. 여행도 돌아올 일상이 있어야 의미가 있지 않나요?
그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크게 찬성’하는 직장인입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한참 전인 2008년과
2010년 사이, 그는 직장인 밴드를 만들고, 또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연자리에 회사의 사장도
왔죠.
그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또
본업에 더 집중하게 됐죠. 그리고 무게중심도 잡혔습니다. 글쓰기 전엔 마음이 조급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자주 느꼈지만, 이제 시야도 넓어지고 자신의 감정도 차근히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사이드 프로젝트가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마음의 힘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