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이 셈법은 참 특이합니다. 만 나이, 세는 나이, 연 나이 등 여러 나이 셈법을 혼재해서 쓰고 있죠. 이를테면 저는 만 나이 37세, 세는 나이 38세, 연 나이 38세입니다. 오죽하면 한국 나이 계산기마저 나왔겠습니까?
그런데 여기 또 다른 나이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나이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더 중요한 나이입니다.
신체 나이는 전반적인 신체 기능에 따라 정해지는 나이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25세의 신체기능을 100%로 삼습니다. 그리고 심뇌혈관계, 신경계, 골근육계 등 여러 기능이 현재 몇 %인가에 따라 신체 나이를 계산합니다. 즉, 친구와 만 나이가 같아도 신체 나이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같은 연령대의 평균적인 체력과 기능을 기준으로 하거나 건강 위험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앞의 기준으로 계산할 땐 근육량, 근력, 기초대사량 등을 지표로 삼고, 뒤의 기준을 활용할 땐 체지방,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골밀도 등을 참고합니다.
보험에서 나이는 꽤나 중요합니다. 보험료를 결정짓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보험 나이가 높아질수록 질병과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기 때문에 가입 시기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그럼 우선 보험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야겠죠? 먼저 계약일 시점 피보험자의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계약일에서 생년월일을 뺍니다. 년 단위 밑이 6개월 미만이면 1살을 빼고, 6개월 이상이면 1살을 더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매년 계약 해당일에 나이가 1살씩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1984년 1월 1일생인 A씨가 2021년 1월 22일 보험 계약을 맺으려고 합니다. 보험상령일은 7월 1일이 됩니다. 즉, 현재 보험 나이는 37세이며, 오는 7월 1일에 보험 나이는 38세로 바뀝니다. 만약 보험에 가입할 생각이 있다면 6월 30일 전에 계약을 하는 게 좋겠죠. 보험가입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게 보험료 측면에서 유리하니까요.
언제까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경제 나이도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경제 활동을 65세까지 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평생토록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수명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 경제 나이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수록 노후의 생활이 더 안정되기 때문이죠.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도 전 연령층에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퇴직 후 또 다른 커리어를 준비하는 것은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일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축복이지만, 한편으론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장수 위험(Longevity Risk)입니다. 이 장수위험은 오래 살아 생기는 위험부담을 말합니다. 경제활동 중 예상했던 은퇴기간과 실제 은퇴기간의 차이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20년의 노후만 준비했는데 실제 노후 기간이 25년이면 우리는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내가 몇 년을 더 일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더 늘리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부업, 투자, 사이드 프로젝트, 이직, 전직 등과 같은 키워드의 사용빈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평균 수명의 상승과 경제적 활동에 대한 필요가 맞물린 거대한 트렌드를 방증합니다.
신체 나이와 보험 나이, 그리고 경제 나이는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건강은 경제적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보험은 이 같은 재정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세 나이를 파악하면서 로드맵을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신체 나이가 현재 나이보다 많다면 운동에 시간을 더 할애하는 동시에 암보험 등을 통해 미래 위험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또 몸이 건강하더라도 장수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 연금보험을 통해 불안정한 경제적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보험 가입이 필요하다면, 꼭 보험 나이를 고려해 늦지 않게 계약을 맺어야 하겠지요.
젊게 사는 건 모든 사람의 바람입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것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나이를 잘 이해하고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일이 우리의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