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가 무너졌다." 약 일주일간 아시아와 유럽의 숨통(수에즈 운하)을 조여오던 에버기븐호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인텔리전스 컨설팅의 라스 젠슨 CEO가 내뱉은 말입니다. 해운업 종사자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심정을 대변한 듯합니다.
에펠탑(300m)보다 긴 에버기븐호(400m)가 수에즈 운하 모래톱에 빠지면서 전 세계 물동량의 12%, 매일 100만 배럴의 석유가 통과하던 수에즈 운하는 '꽉' 막혀버렸습니다. 우리나라가 1년간 수입하는 석유의 양이 80만 배럴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동맥경화'였습니다. 매일 100억 달러, 총 7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에즈 운하가 이 정도로 멈춘 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Six Day War) 이후 처음입니다. 물론, 그때는 자그마치 8년이었죠.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지 못하면 배들은 아프리카 최남단의 아굴라스곶을 돌아 유럽으로 가야 합니다. 몇 주가 더 걸리죠. 수에즈 운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습니다.
에버기븐호가 정상 항로에 진입했다고는 하지만, 수에즈 운하가 일주일 전의 모습을 되찾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아마 보셨을 겁니다. 수에즈 운하 주변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배를 말이죠. 그 배엔 이케아부터 CAT까지, 우리 삶을 구성하는 여러 기업의 물건이 담겨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그렇지만, 이번 에버기븐호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오던 것들은 아주 당황스러운 이유로 손쉽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의 한 기자는 이번 에버기븐호 사건을 정리하며 "세계 인프라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평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