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채권투자
투자는 타이밍이다. 잘 사는 게 중요하냐, 아니면 잘 파는 게 중요하냐라고 묻는다면 "둘 다 중요하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는 것보단 파는 게 어렵긴 하다)
우리나라에서 왜 유독 '브라질 채권'이 자주 입에 오르내릴까?
2011년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한편에 선 브라질 채권 투자 붐이 불었다. 10년 동안 채권 투자 포지션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자율이 연 10%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브라질이 무너지겠어"라는 안일함 때문인지 여러 금융기관에서는 브라질 채권을 팔기 위해 열심히 마케팅했고, 많은 투자자가 금융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채권을 사들였다.
하지만 브라질의 상황은 악화됐다. 환위험에 노출돼 있던 점이 치명적이었다.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채권이 주던 10%의 수익이 무너졌고, 손실 단계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2011년 1 헤알은 우리나라 돈 694.99원이었다. 현재 1 헤알은 320원 수준이다. 2011년 헤알화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그 가치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2012년부터 매년 19% 정도의 속도로 헤알화의 가치는 하락했다. 어마어마한 속도다.
브라질 채권 투자의 핵심은 환율이다. 환율의 변동성이 10%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헤알화 가치가 오르면 채권 이자 수익에 더해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는 반면, 과거와 같이 환율이 더 악화된다면 추가적인 손실도 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작스럽게 오르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쉽게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라질 국채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려면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긍정적 요소 01. 비과세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비과세 혜택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10년 만기 국채의 경우 연 10%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런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브라질 조세협약에 따른 결과다. 브라질 채권을 살 때마다 떼 가던 토빈세도 2012년 폐지됐다. 토빈세는 6%로, 결코 적지 않다.
긍정적 요소 02. 환율 바닥론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말 그대로 떨어질 때까지 떨어졌다. 올해 1월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1개월간 헤알화는 7.9% 절상됐다. 모건스탠리는 헤알화 가치가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하겠으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긍정적 요소 03. 낮아지는 부도 위험
브라질 국채의 부도위험을 보여주는 5년 물 신용 디폴트 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브라질의 정치적 혼돈이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정적 요소 01. 여전한 디폴트 리스크
브라질이 자국 통화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부도 위험이 낮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이웃나라인 아르헨티나의 경우를 예외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는 것. 2011년 이후 매년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브라질 채권을 투자하기 적합한 시기라고 마케팅했지만, 결론적으로 이들의 예견은 모두 빗나간 셈이다.
부정적 요소 02. 정치 & 경제 위기는 진행형
브라질 경제가 회복단계라고 보기는 힘들다. 브라질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경제적 혼돈에 정치적 혼란이 더해져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이후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브라질에겐 치명적이다.
부정적 요소 03. 미국 기준금리 인상
헤알화 환율은 미국 달러의 향방에 크게 좌지우지된다. 현재 헤알화 가치가 반등한 이유는 브라질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 가치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신흥시장 투자 위험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미국의 움직임을 중시해야 한다. 미국은 자국 경기가 상당히 회복되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즉, 헤알화 가치 상승이 지속되는 데에는 여러 장애물이 있다.
브라질 채권에 투자할 거라면 아래 조건이 충족된 투자자여야 한다.
최소 5년 이상 장기 투자 가능
분할매수 및 분할매도를 위한 모니터링 가능
브라질 채권 가격을 이해할 수 있는 금융지식 보유
지금이 브라질 채권 투자의 적기일까? 아닐까?
한 나라의 환율이 무너지는 것은 쉽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 그런 일은 역사적으로 종종 일어났다. 하지만 한 나라의 경제성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성장에는 엄청난 대가가 필요하고, 특히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정치적 부패를 척결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브라질은 다시 한 번 세계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것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나 역시 브라질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더 지켜보다가 분할매수를 해볼 요량이다. 물론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다. 브라질 채권은 분명 매력 있는 투자처이지만, 당신의 자산의 큰 부분을 배팅할만한 성격의 타깃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