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_포트폴리오
인공지능이 우리의 곁으로 온 지는 벌써 오래다.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를 통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을 뿐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서서히 자리 매김하고 있고, 금융투자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이다.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프라이빗 뱅커(BP)를 대신한다. 직접 사람을 마주하지 않고 상담하지 않아도 적절한 분산 투자를 통해 투자자의 필요를 충족해준다.
시스템 트레이딩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투자해주는 시스템은 이미 존재한다. 바로 '시스템 트레이딩'이다. 이 트레이딩 기법은 매매 규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투자와 회수를 반복한다. 그럼으로써 인간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시스템 트레이딩과 로보어드바이저는 닮았다. 다만 로보어드바이저는 '기관'보다는 '개인'의 관점에 초점을 두고, 개별적인 특징을 투자에 반영한다.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업계의 다크호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향후 5년 안에 1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이런 성장세가 가능하겠지만, 분명 금융기관에선 매우 중요한 사업일 것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20년까지 로보어드바이저의 관리 자산이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미국 등에선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이 상당한 규모를 이루고 있다. 웰스프론트는 관리 자산이 20억 달러에 이른다. 이외에도 베터먼트, 퓨처어드바이저, 마켓라이더, 퍼스널 캐피탈 등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점 01. 낮은 수수료
낮은 수수료는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의 성장의 기본 동력이다. 잘 개발된 하나의 시스템(프로그램)으로 수 십만 명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게 되면 사람이 직접 상담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것보다 비용은 급감한다.
해외 유수의 로보어드바이저는 대개 연 0.15%에서 0.5%의 수수료를 도입하고 있다.
장점 02. 포트폴리오 투자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이상 PB를 만나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의 진입 장벽은 매우 낮다. 따라서 자산이 얼마 되지 않아도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할 수 있고, 자연히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해진다.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기반으로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포트폴리오 이론을 적용해 자산 배분을 하는 게 로보어드바이저의 기본이다. 또,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적절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유지할 수 있다.
장점 03. 냉철한 투자
인간의 개입이 제한된 투자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장기적으로 냉철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PB도 사람인지라 대규모 손실 혹은 수익 앞에서 비이성적인 투자 행동을 한다. 이는 수많은 사례로 뒷받침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숫자를 숫자로만 본다. 즉, 알고리즘에 따라갈 뿐 수익이나 손실에 비이성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다.
우리나라 :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의 진입 단계
우리나라 금융권도 움직이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이다.
현재 KB국민은행(상품명 '쿼터백 R-1'), KEB하나은행(사이버 PB), 우리은행(로보어드바이저 베타서비스), NH투자증권(QV 로보 어카운트), 유안타증권(티레이더 2.0) 등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월 은행권 처음으로 '쿼터백 R-1'을 내놨다. 쿼터백투자자문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상품을 신탁 형태로 판매 중이며 현재 운용 규모는 20억 원 정도다. 유안타증권의 '티레이더 2.0'은 매수 또는 매도해야 할 주식이나 거래 타이밍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빠르게 자리잡기 위해선 선발 사업자들이 좋은 실적을 거둬야 한다. 위험 대비 수익이 얼마냐가 관건이다. 정부의 규제와 통제도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적절히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