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노후대비
재테크의 기반이 되는 게 바로 '연봉'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의 유일한 현금 유입은 바로 이 연봉으로부터 비롯된다. 자동차의 기름과 같은 것인데, 기름이 빵빵할수록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봉을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연봉은 결정되며, 내가 개입할 여지가 작은 것이 현실이다.
전시 효과와 톱니 효과
소득은 소비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자신과 비슷한 소득 수준의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소비를 찾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아파트의 브랜드, 자녀의 교육 방식, 의류 소비 패턴 등 대부분의 소비는 계층화되어 있다. 이런 소비 행동의 상호 의존 관계를 '전시효과 (Demonstration effect)
'라고 한다.
이렇게 한 번 형성된 소비 수준을 다시 낮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경기가 나빠져서 소득이 줄더라도 소비는 그에 비례해 감소하진 않는다. 소비가 경기 후퇴를 억제하는 톱니 역할을 한다고 해서 이를 '톱니 효과(Ratchet effect)'라고 한다.
연봉 삭감에 대한 높은 저항
앞서 설명한 소득과 소비의 관계는 기업이 연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배경이 된다. 사람은 같은 수준의 연봉 인상보다 같은 수준의 연봉 삭감에 대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심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업은 이런 심리를 선반영해 연봉을 계산한다. 쉽게 말하면 "최대한 연봉을 낮게 유지하자"가 기업의 목표인 셈이다. 기존 기업의 임직원에 대한 연봉 인상이 인색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회사는 다른 방법(비전 제시, 감정 호소, 일방적 제시)을 통해 연봉 협상의 과정을 스리슬쩍 넘어가고 싶어 한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
부장이나 팀장, 혹은 본부장을 우리는 중간 관리자라고 부른다. 회사가 큰 이익을 냈을 때 수혜를 보는 임원과 그것과는 큰 상관없이 고정급을 받는 직원 사이에 존재하는 그들은 연봉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쉽게도 다수의 이들은 임원 등 경영진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행동한다. 자신들의 승진과 연봉이 그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상명하복 문화는 연봉 결정 과정에서 피라미드의 하부 직원을 배제하고 있다.
그래서 때론 중간 관리자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부하 직원들과 부조리한 회사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임원과 회사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직, 연봉 인상의 지름길?
한 회사에서 계속해서 근무했을 경우보다 두세 번의 이직을 감행했을 경우,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 실제 그렇게 높은 연봉을 받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이 현상의 배경은 간단하다. 일단 대부분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연봉 인상이기 때문이다. 연봉을 더 낮게 제시받고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직하면 연봉이 높아진다는 (어쩌면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다른 배경은 이직시 나온 연봉이 더 객관적인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직할 때의 연봉은 타기업이 나를 좀 더 객관적인 평가 방법을 통해 매긴 가격과 다름없다.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왔을 때 낼 수 있는 퍼포먼스(Performance)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회사나 이직 회사나 하는 일은 비슷한데 더 높은 연봉을 제시했다면, 기존의 회사가 적절한 보상을 하는 데 소홀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일의 가치는 얼마일까?
내가 회사에서 100만큼의 가치의 일을 하면 대략 60~80이 나의 연봉이다. 나머지는 회사, 즉 주주의 몫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사업의 위험을 부담하는 일종의 주주에 대한 수수료라고도 볼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것은 중요하다. 회사 내에서 내가 어느 정도의 일을 부담하고 있는지, 그 중요도는 얼마인지를 알아야 내 연봉이 그에 합당한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만약 내가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다음의 행동에 나설 수 있다.
01. 내부적 절차에 따른 적절한 보상 요구 (노조, 상사 보고를 통한)
02. 연봉 협상시 적극적인 개별 협상
03. 이직 준비
사실상 위에 제시한 것 가운데 1번과 2번은 쉽지 않은 문화인 회사가 많다. (인재를 유출하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항상 이직에 오픈돼 있는 것이다. 이 연봉에 대한 갈등이 적어야 개인은 자기계발에, 기업은 더 좋은 인재 육성에 힘을 쏟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