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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Jun 03. 2016

직장 라이프 : 코리안 vs. 글로벌 스타일



코리안 스타일 vs. 글로벌 스탠더드


직장생활의 절반은 한국 기업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외국계 기업입니다. 물론 한국 회사의 분위기도 꽤나 좋았습니다. 두 회사에 다니면서,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 회사와 외국계 회사의 분위기가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제각각인 것들을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둘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의전


의전의 사전적 의미는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을 말합니다. 이 법식이 우리나라 회사엔 참 많습니다. 회사의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의전'은 다양합니다. 심한 곳은 흡사 군대와 같습니다. 연대장, 사단장이 뜨면 잡초란 잡초는 다 뽑고 땅바닥을 수세미로 문대는 것처럼, 회장과 사장 등 높은 사람이 온다 하면 각부터 잡아야 합니다.


공무원 집단에서도 '의전'은 이슈가 됩니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위해 노인이 타는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거나, 입구에 사열해 있기도 하죠. 일부에겐 이상해 보이는 이 현상이, 사실은 만연해 있는 게 지금의 작태입니다.


지금의 회사(외국계 회사)에 회사의 창립자와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사무실의 사람들에게 다가와 자신을 소개하면서 명함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빈자리에 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누구도 그들을 (한국 회사처럼) 보스(Boss)처럼 대하진 않았습니다. 회사에서의 직책이 사회적 직급과의 연결고리가 굉장히 느슨해 보였습니다.


왜 오바마 대통령이 값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게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이슈가 되는지 느낌이 왔습니다. 



선배, 후배 그리고 나이


나이는 우리나라에서 민감합니다. 첫 만남에서 서로의 나이를 묻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동기라 하더라도 나이가 위면 존대를 받습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후배와 나이 어린 선배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합니다. 나이는 너무도 뿌리 깊게 서열의 기준이 되어 있습니다.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면서 나이는 정말, 정말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고, 서로 묻지도 않죠. 그리고 선배와 후배는 누가 먼저 회사에 들어왔고, 누가 업무에 대해 더 익숙한 지 정도를 가르는 단어일 뿐, 그것이 위-아래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업무의 효율에 있어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의견 교환이 훨씬 원활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각자의 장점이 더 쉽게 부각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선배가 후배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후배도 선배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갑니다.



승진


선배와 후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승진 시스템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회사에선 다음 팀장이 누구인지 대충 감이 옵니다. 실력이 아주 뒤떨어지지 않는다면, 순서는 정해져 있죠. 그리고 그렇게 순서대로 자리를 차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시스템이 안정적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외국계 회사는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거에 더 신경 씁니다. 포지션(Position)에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 거죠. 그래서 선배가 후배의 팀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이 어린 직원이 초고속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생기죠.


근본적인 승진의 목표를 생각해 봅시다. 승진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롤(Role)을 부여하는 기업의 방식입니다. 그 롤이라는 게 바뀌면서 직책이 바뀌고 연봉이 오를 뿐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효율적을 돌아가기 위해선 승진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구축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식 승진 시스템은 감성적인 면이 스며들어 있어 효율만을 향해 달려가기에 쉽지 않아 보입니다.



처세


돌이켜보면 한국 회사에선 '처세'에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재밌기도 한 일도 많았지만, 일하면서 술자리에서 선배와 후배, 그리고 동기로 이뤄진 서열 집단 내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는 데 신경을 써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해내는 사람이 인정을 받고,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마치 외계인 취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처세'는 한국 기업에서 승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그런 면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정도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능력은 있으나 처세를 싫어하는 능력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도 봤습니다.


일반화하기 정말 어려운 것을 단편적으로 쓴 느낌입니다만, 사람들이 왜 외국계 회사에 대한 로망을 갖는지,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의 경직된 문화를 경계하는지 돌아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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