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는 사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게 하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사람은 이론보단 경험에서 더 확실히 배웁니다. 더 나아가 경험은 오랜 기간 가지고 있던 판단 기준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패'는 '또 다른 시작'과 맥락이 닿아있죠.
결혼도 물론 시행착오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결혼 생활에서 오는 다양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경험자의 조언을 듣는 것은 더 중요해집니다. 하지만 저 역시 그랬듯 타인의 조언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기 마련. 그럼에도 저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재테크' 측면에서 도움이 될만한 팁을 드릴까 합니다.
자녀 계획이 (빠른 시간 내) 있다면?
속도위반을 했거나 결혼 후 바로 자녀를 낳을 계획이라면, 집과 혼수를 마련하는 데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둘이 살 때와 자녀가 있을 때 필요한 것들은 생각 이상으로 다르기 때문이죠.
집부터 이야기해봅시다. 집의 위치는 출퇴근의 편의보단 안전한 지역에 방점을 찍길 권유합니다. 보통 출퇴근이 용이한 지역은 도심에 위치합니다. 그만큼 매연이 심합니다. 원인불명의 아토피가 도시생활로부터 기인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직장 통근 시간은 그리 중요한 문제의 축에 끼지도 못합니다.
만약 집을 매입할 생각이라면 '층간소음'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전세라면 아이가 아주 활발해지는 시기 전에 이사를 하면 되지만, 매입은 이야기가 다르죠. 층간소음을 원천 봉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1층 집을 구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자가로 매입한 이후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바닥공사(방음재)를 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입니다.
혼수 준비에서도 (일반적인 사례와는 다른)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부모의 성향에 따라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굳이 비싼 대형 TV를 살 필요는 없습니다. 저 역시 출산 후 TV를 거의 보지 않고 있습니다. TV를 살 때 함께 구매했던 스테레오 스피커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가구들은 비싸지 않고 모서리가 뭉툭한 것을 우선 고려하길 추천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선 어른의 가구는 재밌는 놀잇감이자, 위험한 장애물입니다. 모서리란 모든 모서리에 안전용품을 부탁하더라도 사고는 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구는 쉽게 낡아갑니다. 저렴한 가구를 구입해 사용하다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집과 어울리는 가구를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아이가 태어나면 인테리어는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슬픈 현실이지만 육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부모님 댁 근처를 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부모님이 도와주시겠다 나설 경우에 한정해서요) 사실 손을 빌리기 위해서라기보단 아이의 정서에 굉장히 좋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아이는 정말 '사랑'을 먹고 큽니다.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을수록, 아이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더 많이 웃고, 활발해집니다. 이건 제 경험입니다.
'스드메'보단 '저축'
'스드메'라는 말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처음 들었습니다.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의 앞글자를 딴 거죠. 신부의 결혼 준비를 통칭한다고 보면 됩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기에 반드시 '스드메'에서 절약하라고 추천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웨딩 컨설팅 업체에선 이 스드메의 비용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즉, 스튜디오 촬영은 얼마, 드레스는 얼마, 메이크업은 얼마, 이런 식으로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개수수료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습니다. 원가가 얼마인지도 모른 체 스드메 서비스를 구매하게 되는 게 다반사입니다.
추정컨테 아주 높은 수수료가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드메의 가격 결정 구조에서 웨딩 컨설팅 업체의 입김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죠. 많은 예비부부는 결코 가격 대비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별도로 알아보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중간에 중개인이 없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세 개를 함께 패키지로 한다고 해서 편리한 것도 없습니다. 결국 세 군데 가게를 모두 들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20% 이상 가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예식장 예약은 협상이 전부다
저는 예식장을 예약하기 위해 해당 업체를 총 다섯 번 방문했습니다. 와이프가 원하는 곳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단 이곳에 공을 들였죠. 그리고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가격이 계속 낮아진다는 겁니다. 그것도 파격적으로.
물론 특수한 조건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결혼 예정일이 공휴일인 금요일을 앞에 둔 목요일 저녁이었던 거죠. 경쟁(?)이 치열한 주말이 아니기 때문에 예식장에선 장소를 놀리느니 낮은 가격이라도 빌려주는 게 남는 장사였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제시 가격과 마지막 가격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예식장에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예식장에선 아무렇지 않게 높은 가격을 받았을 테니까요.
협상을 유리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선 하객의 인원을 꽤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필요합니다. 예식장마다 수용 가능한 인원은 모두 다르고, 예식장은 수용 가능 인원에 딱 맞게 채울 수 있는 고객을 원합니다. 물론 수용 가능 인원보다 더 많은 하객도 받을 수 있다는 예식장도 있지만, 결혼식에 오신 하객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겠죠.
정확한 하객 규모를 제시할 수 있다면 예식장에선 음식을 준비하는 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가격의 협상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입니다.
결혼은 골인 지점이 아니고, 출발선입니다
"결혼을 하면 돈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모님과 함께 살다 출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결혼과 동시에 지출은 늘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자금 대출의 이자, 각종 공과비, 혼수 자금, 육아 지출 등등 수많은 지출 항목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결혼 준비 때 돈을 아끼려고만 하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남자던 여자던 말이죠. 하지만 장담컨대 좀 더 효율적인 결혼을 치르기 위해 서로가 노력했다면, 결혼의 0단계는 훌륭히 치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