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우리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마트의 수많은 제품은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물건들, 우리는 용케도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매번 그 선택은 바뀝니다. 왜 바뀌는지는 잘 모릅니다. 더 싸서, 좋아 보이니까, 그냥 마음이 가서 등의 이유가 있겠죠. 일일이 최선의 결과를 염두에 두진 않습니다.
금융 세계에도 어마어마한 제품(?)이 있습니다. 주식 종목 자체가 그것이 될 수도 있고, 각종 예금, 적금, 보험, 투자 상품도 우리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대상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용케도(?) 무엇인가에 돈을 투입합니다.
애석하게도 마트의 물건과 금융 상품은 좀, 아니 많이 다릅니다. 시리얼을 잘못 샀을 때의 기회비용은 소소합니다.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았다면 교환이나 반품을 하면 되고, 맛이 없다면 다른 누군가를 줘버리면 됩니다. 최악의 경우가 버리는 것이겠죠.
하지만 금융 상품은 양도 불가능하며, 그 상품이 좋은 지, 나쁜 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비롯된 문제입니다. 금융은 마트의 상품보다 복잡하고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힘듭니다. 더욱이 원금 손실이 존재하는 '투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최고의 투자는 불가능합니다
나에게 딱 맞는 투자 상품을 고를 수 있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아니, 어렵습니다. 첫 번째로 나의 상황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최고의 상품을 고르는 데 시간(비용)이 많이 들게 됩니다. 이른바 비용 대비 최고의 효과를 노리는 극대화 주의자(Maximizer)는 실제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상황에서 최선의 투자를 하고자 합니다. 어딘가 존재할지 모르는 최고의 결과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제한된 정보와 시간 아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숏리스트 (Shortlist)
시간이 부족합니다. 특히 금융시장을 바라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활 가운데 저축이나 투자, 이런 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가 넘지 않을 겁니다. 놀기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여행도 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토 대상을 축소하는 이른바, 숏리스트 작업이 필요합니다. 주식 투자라면 내가 잘 아는 특정 산업 섹터만을 투자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예적금이라면 내 주변의 은행의 상품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제한된 대상은 최고 대신 최선의 선택을 하게끔 합니다.
위험과 기대수익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의 중요성을 간과합니다. 사실 개인 투자 자문사 혹은 포트폴리오 설계사는 수익보단 위험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아무리 기대수익이 높더라도 고객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를 벋어난다면 그 투자는 실행조차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험이 없는 예금(시중 은행의 부도율이 매우 낮고, 예금자보험의 대상이기 때문)은 위험이 0이기 때문에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을 선택하면 됩니다. (우대금리를 감안하면) 주거래은행이 조금이나마 더 높은 금리를 줄 것입니다.
대출은 위험의 방향이 반대입니다. '내가 돈을 안 갚을 위험'이 은행의 위험이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위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나의 위험이 가장 낮다고 생각하는 은행'이 최저 금리로 나에게 돈을 빌려주게 됩니다.
신경 써야 할 상품은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는 금융 상품'입니다. 이때는 위험과 기대수익 모두 존재합니다. 기대수익은 눈에 잘 보입니다. 금융회사에서 "이 상품에 투자할 경우 수익은 X%에서 XX%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라고 마케팅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험에 대해선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는 일반의 용어로 잘 풀어서 보여주지도 않을뿐더러, 그 개념 자체도 쉽지 않습니다.
금융 상품에서의 위험은 변동성(Volatility)입니다.
대표적인 투자상품인 '펀드'의 성과를 보여주는 게 '샤프 비율(Sharp Ratio)'입니다. 위험 대비 초과수익의 정보를 보여줍니다.
샤프 비율의 분모에는 펀드의 표준편차가 들어갑니다. 단순히 보자면, 변동성이 크면 표준편차가 커지므로 샤프 비율은 떨어집니다. 샤프 비율의 분자에는 펀드의 수익률에서 무위험 수익률을 뺀 숫자가 들어갑니다. 무위험 수익률은 내가 위험을 하나도 감수하지 않아도 달성할 수 있는 수익입니다. (보통 CD 91일물 수익률을 가져다 씁니다) 펀드의 수익이 무위험 수익보다 낮아지면 샤프 비율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샤프 비율이 1을 초과하면 나쁘지 않은 투자입니다. 이 비율이 2가 넘어간다면 꽤 성공적인 투자로 봐도 무방합니다.
이 지수는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측정됩니다. (수학의 영역) 표준편차를 구하기 위해선 꽤 긴 기간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는 샤프 비율을 보면서 펀드의 과거 실적을 서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펀드 운용역의 성적표를 보는 셈이죠.
유동성과 이벤트
투자의 선택에 있어 위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유동성과 특수 상황(Special situatioin)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A씨는 통장에 500만원이 있습니다. 매달 생활비는 100만원이죠. A씨는 이달의 생활비 100만원을 제외한 400만원을 투자하기로 합니다. 20%의 수익도 가능하다는 브라질 주식 펀드에 투자합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대형 공기업 스캔들이 터집니다. 그러면서 펀드의 가치는 10% 이상 떨어졌죠. A씨는 펀드 매니저에게 따집니다. 그러자 펀드 매니저는 "브라질 펀드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다리시면 다시 반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라고 답변합니다. 다음 달, 그리고 다다음 달 생활비가 필요한 A씨는 360만원으로 떨어진 펀드를 모두 환매합니다. 환매 수수료까지 부담하면서.
극단적인 사례지만 투자 상품을 환매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투자할 땐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기다릴지 고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A씨처럼 일상적인 유동성뿐만 아니라 자녀의 결혼, 전세자금, 교통사고, 병원비 등 특수 상황도 벌어집니다. 모든 여유 자금을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다면 손실을 본 채 환매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변동성과 기대수익이 낮은 투자 상품은 (그 가치의 변동성이 적기 때문에) 환매 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의사결정을 돕는 툴을 이용하세요
정부와 금융기관에선 우리의 선택을 돕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금융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부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금융기관도 불완전 판매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융 정보와 팁들을 제공합니다.
은행연합회(http://www.kfb.or.kr)에서 금리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기관에선 펀드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펀드슈퍼마켓(http://www.fundsupermarket.co.kr/)에선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수 백 개의 펀드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은행 PB(Private banker)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과거에 비해 그 기준이 완화되어 일부 은행은 3000만원만 있어도 PB에서 투자에 대한 자문을 제공합니다.
핀테크의 발달로 쉽게 정보를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스타트업이 신선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뱅크샐러드(https://banksalad.com)는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나에게 가장 많은 이자를 주는 예금과 적금을 추전 해줍니다. 핀다(https://www.finda.co.kr)도 대출, 예적금, P2P와 관련된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마이리얼플랜(http://www.myrealplan.co.kr)은 개인과 보험 설계사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