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 월요TALK
"아껴 써라"
참 많이 듣는 말입니다. 특히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은 "돈, 절약하라"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절약'해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요. 앗, 정말 손해 보는 건 없을까요?
절약의 역설이란 말이 있습니다. 1714년 영국의 경제학자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eville)은 '꿀벌의 우화-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에서 절약의 역설이란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개인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 부유해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저축을 하게 되면 총수요가 감소해 사회 전체의 부가 감소한다는 이론입니다. 더나드 맨더빌의 미국 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가 이 개념을 1936년 '일반이론'에서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박제가도 '절약의 역설'과 비슷한 개념을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우물론'입니다. 우물의 물을 계속 퍼서 써야 물이 차오르듯, 소비를 무조건 비판하고 절약만 강조해선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을 그 당시 집어냈던 것입니다.
버나드, 존, 그리고 박제가가 이야기한 절약과 소비, 그리고 경제 발전의 연결고리는 경제학에서 중요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비와 절약의 문제를 경제의 '메카닉'적인 측면이 아닌, '멘탈'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절약하거나 소비하는 것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있습니다. 나의 '행복'입니다. 그리고 이 행복은 그야말로 주관적이어서 참으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배우 심형탁이 도라에몽에 심취해 각종 아이템을 수집하는 것을 100%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심형탁 씨는 도라에몽을 통해 힘든 시기를 극복했고, 그렇기 때문에 도라에몽 아이템 소비를 통해 얻은 만족감(혹은 행복감)은 매우 컸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물건을 필요할 땐 딱 한 곳의 소셜커머스 앱을 이용합니다. 다른 사이트를 서핑하면 더 싼 가격의 물건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쏟을 내 시간과 노동이 아깝기 때문이죠. 비용이 크지 않은 것들은 '대충' 소비한다는 게 저의 소비 철학(?)입니다. 그리고 저는 거기에 충실하고 있고, 그로부터 얻는 제 효용은 꽤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어머니는 저와 같지 않습니다. 가장 싼 물건을 찾아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을 돌아다닙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냅니다. 싼 가격이라고 하더라도 구매 마지막까지 "꼭 필요한 물건인지" 자문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소비'를 하거나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절약'을 했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때론 "너무 발품을 파는 게 아닌가"생각을 하지만, 이제 습관이 되어 버린 어머니의 소비 패턴은 나름대로 어머니께 최적화된 것이겠지요.
립스틱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불황기에 나타나는 소비패턴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사치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립스틱 효과에서 눈여겨볼 점은 바로 이겁니다. '나의 만족감을 높여줄 가성비 좋은 아이템'을 우리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이죠. 그것은 립스틱이 될 수도, 도라에몽 티셔츠가 될 수도, 작은 장신구가 될 수도,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의 작은 사치 중 하나는 '후원금'입니다. 어린이재단에 매월 내는 후원금은 최소한의 사회 참여이자, 가슴 한 편의 책임감의 무게를 덜어줍니다. 어떤 면에선 일종의 당당함마저 느낍니다. "나는 그래도 후원하는 사람이다"라는 자기만족이겠죠.
작은 사치를 위한 기업들의 제품도 늘고 있습니다. '스몰 럭셔리'가 그것입니다.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소량으로 만들어 파는 베이커리가 늘고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항공사에서는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중간 격인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유모차, 면도기, 맥주 등 일상적인 제품에 조금의 '프리미엄'을 얹는 스몰 럭셔리는 작은 사치로 가격 대비 최고의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작은 사치를 하세요. 가끔은 비싼 점심도 먹고, 좋은 구두도 사세요.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뭐 어떻습니까? 우리의 몸과 마음은 경제학처럼 딱딱하게 움직이진 않습니다. 작은 사치는 반복되는 일상을 잘 견디고 있는 나에 대한 선물입니다. 그 선물은 꼭 낭비만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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