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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Mar 12. 2017

아내의 휴가

아내가 휴가를 갔습니다. 3박 4일. 나는 오랜만에 쌍둥이 두 아들을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워낙 아이들을 보는 데에는 익숙해져 걱정은 크지 않았습니다만, 제1양육 책임자의 자리는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제일 걱정은 '아이가 엄마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인생 26개월 가운데 엄마와 떨어져 본 가장 긴 시간은 '1박 2일'이었으니까요. 3박 4일은 아이의 입장에선 짧지 않아 보였습니다. 잠에서 깰 때와 잠들기 직전에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찾았왔습니다.


두 번째 걱정은 '아빠가 잘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익숙했지만, 혼자 둘을 봐야 할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돌발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우(杞憂)였습니다.


아이는 다행히 엄마를 찾지 않았습니다. 가끔 엄마가 어디 있는지 궁금한 눈치였지만, 아이의 눈앞에 잘 놀아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아이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 몰입합니다. 나는 엄마의 부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집중했습니다.


아빠로서의 역할은 '몇 가지 소소한 과제'를 남겼지만 잘 수행하였습니다. 한 건의 피를 본 사고와 아이의 이를 닦지 못한 정도의 '부실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평소의 사건사고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100만 만점에 85점 정도의 육아였습니다.


아내는 3박 4일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라카이의 해변에서 정말 오랜만에 아이와 남편, 그리고 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여행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같이 갈까'를 먼저 고민했고, 혼자 가면 언제 갈까를 그다음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을 두고 혼자 가도 되는지를 두고 고민하는 시간을 거쳐 마침내 보라카이를 다녀오게 된 거죠. 


우리는 이번 한 번의 여행 끝에 아이를 나 혼자 볼 수 있겠다는 것을 증명(?)했고, 다음에는 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쌍둥이, 특히 아들 쌍둥이 부모는 외출을 어려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활동력을 감당하면서 야외 활동을 하다 보면 부모의 체력은 금세 바닥이 나기 때문이죠. 아마도 아들 쌍둥이 부모는 '여행'이라고 쓰고 '노동'이라고 읽을 것입니다. (장담합니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나가면 고생이니까 등등. 나도 아이들과 함께 여행 가는 것을 망설이곤 하는데 앞에 언급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행은 가기로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대학교 때 나는 친구들과 무전여행도 갔었고, 유럽 배낭여행도 갔었고, 개도국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하기도 했으니까요.


아이들과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습니다. 동네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 섬으로, 섬에서 해외로. 아이들이 커가며 더 큰 세상을 느껴가듯 나도 여행을 다니며 더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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