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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걸어 다니는 기적입니다.

by 은총씨

건강을 타고나지 못했는지

나는 맨날 여기저기가 잘 아팠습니다.

똑같이 굴을 먹고도 혼자 토사광란을 하고

어쩌다 밤늦게 돌아다니면

또 혼자 감기로 겔겔댔죠.


어느 날 병원에서 뭔가 좀 심각해 보이니

검사를 더 해보자.. 하는 말을 듣고 나면

누군가가 얄밉다든가

돈이 없어 사고 싶은걸 못 산다든가

얼굴에 주름이 자꾸생 겨서 신경 쓰인다든가 하는

모든 삶의 사소한 고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오로지 살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해집니다.


김응렬 토마스아퀴나스신부님은

젊은 시절 다리를 수술하다가 수혈을 받았는데

B형 간염이 감염되었습니다.

아침에 뉴스만 둘러봐도 이런 일은 부지기수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서다

문턱에 걸려 잘못 넘어져 반신불수가 되기도 하고

멀쩡한 가게에 트럭이 들이닥치기도

신나게 여행 갔다 오는 길에

하필 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하죠.


그러고 보면

특별히 똑똑하지도 않고

덜렁대고 부주의한 데다 잘 속기까지 하는

어리석디 어리석은 내가

반백이 넘도록 아무 일 없이

그냥 가끔 여기저기 아프면서 잘 먹고 잘 싸고

잘 살고 있다는 건

놀라운 기적입니다.

내가 살아있는 기적 그 자체라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 오늘도 살아있네!‘하며 감탄하라고 했던

법륜스님의 말씀을

오늘 아침은 더 절감하게 됩니다.


우리는 숨을 쉬고 가슴이 뛰고

볼 수 있습니다.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이 험한 세상에 멀쩡히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던

운 좋은 사람들입니다.

걸어 다니는 기적들입니다.


그러니 이제

가슴을 펴고

자부심을 갖고

당당히 모든 순간을 마주하세요


-은총씨 호는 미라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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