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하늘구름그늘 Aug 01. 2020

절반쯤 와보니 이제야 보이는_25

푸어 세대(Poor generation)

결혼하고 제일 먼저 두 손 꼭 잡고 약속하는 “우리 빨리 집 장만하자”라는 말은 대부분의 신혼부부가 경험하는 첫 번째 약속이다. 그런데 맞벌이를 하는데도 그것이 생각만큼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아이들은 커가고 집은 넓혀야 하겠고 가진 돈은 부족하다. 저금리라고 하니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산다. 


그런데 집값이 너무 비싸다. 대출도 생각보다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내 집 마련이라는 즐거움도 잠시, 원금이 크니 저금리라도 이자 갚기가 수월치 않다. 생활비를 줄이는데도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눌려 사는 기분이다. 


말 그대로 ‘하우스푸어’가 될 공산이 커진다. 집을 가지고 있어도 현재의 수입으로 집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감당할 수준이 되지 않는 경우를 ‘하우스푸어’라고 한다. 그 비용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대출이다. 독립해서 나갔던 자녀가 높은 전세가나 월세에 견디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같이 산다. ‘리터루족’이라고 한다. 노후자금 조금 마련해둔 걸로 ‘하우스푸어’ 수준을 겨우 면하고 있는데 자식이 부담스러워지는 사태가 벌어진다. 


친구들의 웨딩마치를 바라보며 자신도 반드시 이처럼 화려하게 해 보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웨딩 푸어’의 반열에 들어가게 된다. 무리한 결혼식으로 대출 빚을 만들어내고 결국 결혼과 동시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고서도 맞벌이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일시 소비성 지출을 위해 발생한 대출금은 그대로 빚이다. 존재조차 남아있지 않는 빚을 결혼과 동시에 떠안고 출발했기에 둘이 벌어도 갚기가 수월치 않다.


5남매를 키우시던 우리 부모님들. 큰 애만 키우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들 잘 큰다. 서로 물려주니 크게 돈 들어갈 일도 없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비용에 노출된 우리 젊은 세대는 어쩔 수 없이 한 명 만을 낳고 생활해야 하는 길을 선택한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그런데 한 명을 낳더라도 비용은 적잖게 들어간다. 그만큼 최고로 키우겠다는 마음에서다. 맞벌이를 하면서 잘 돌보지 못하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더 덧붙여져서 돈으로라도 그 마음을 달래 본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저축도 어려울 정도다. ‘베이비푸어’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자신의 수입에 관계없이 자녀교육이라면 무조건 시킨다. 노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맞벌이라면 더 심하다. 퇴근하는 순간까지 아이를 학원으로 과외로 뺑뺑이를 돌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노후보다 자녀에게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는 부모가 되는 것은 매우 쉽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산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자녀들의 교육비로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빈곤층으로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주변에서 흔치 않게 보인다. ‘에듀푸어’가 되는 순간이다. 


이런 어쩔 수 없는 푸어 세대에 끝은 무엇일까?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고 비참한 시간을 살아야 하는 ‘실버푸어’다. 있어도 못쓰고, 없어서 못쓰는 ‘실버푸어’다.


우리는 지금 '푸어 세대'를 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절반쯤 와보니 이제야 보이는_2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