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소득, 최소한의 준비물
“노후 대책이라는 거는 이미 내 앞에 와 있는데 너무 낯선 거야. 이거 진짜 너무 낯설어. 이게 뭐야 도대체? 언제 이런 단어가 만들어진 거야?” 오래전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자녀교육 문제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부모들에 대한 내용이 방송된 적이 있다. 부모들이 감당할 수준 이상의 비용을 자녀교육에 올인하고 겪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방송 중에 나왔던 말이다.
노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자산을 만들어 놓고도 자식 교육에 그 모든 것을 다 써버리고 나니 이제 병든 몸만 남았다. 맞벌이를 하면서 두 부부가 모은 모든 돈을 아이 교육에 투자했고, 유학비용까지 해결했는데, 돌아오는 건 지금의 찌든 현실이다. 이렇게 살아온 자신을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사전에 노후준비를 왜 못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아이의 교육보다 자신의 노후준비에 더 신경 쓰는 부모는 없다.
문제는 균형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그런 균형을 이야기해준 사람은 없었다. 소득이 꾸준할 것이라 생각했고 열심히 가르친 내 자식이 최소한 나를 책임져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수준의 사회가 아니다. 그 사회를 살아야 하는 자식들의 시대는 더 거칠고 힘들다. 부모세대까지 책임지라고 하기는 무리다.
그러면 우리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수단은 있을까? 최소한의 준비물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자식에게 큰 짐은 아닐 테니까.
첫 번째는 국민연금이다.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의무적이다. 나중에 돌려받니, 못 받니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그 의무는 이행하자. 국가가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노후 소득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낸 것보다는 더 받는다. 소득이 많을 때 단돈 십만 원은 의미가 크지 않겠지만 소득이 없을 때 십만 원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고맙고 감사할 수 있는 돈이다.
두 번째는 질병보험이다. 인간의 몸은 그 쓰임에 맞춰 생명력을 가진다. 최고점을 넘어서면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반드시 여기저기 아파오면서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 시기가 반드시 온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잘 발달된 곳이지만 그래도 건강이 나빠진 이후에는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하지 않다. 최소한 이런 비용만큼은 준비하자.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방법이다.
균형 잡힌 소득관리는 쉽지 않다. 가족 모두 돌아가며 돈 필요하다고 외치니 빚만 안 져도 다행이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은 뒤로 돌아가도 생긴다.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런 것은 공평한 배분이 필요하고 가족 상호 간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균형을 맞춘다면 분명히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너희들의 교육은 책임지지만 우리의 노후도 중요하다’고 얘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