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eer Mar 13. 2020

첫번째 타자는 엄마다.

본격 엄마 칭찬 글쓰기

  나는 글을 쓰기로 결심을 하고, 내가 가진 것이 없으니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진 다른 이들에 대해 써보기로 결심을 했다. 첫번째로 엄마를 선택한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녀가 가진 장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일테니까!

  일단 그녀는 누구보다 현명하다. 그녀를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점이다. 엄마는 쇼핑왕이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보세 옷가게 등 어떤 장소에 가면 3초 안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골라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빠와 나는 엄마랑 쇼핑을 갈때마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내 지갑이 언제 자연스럽게 털릴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아주 자연스럽다. 내가 내 물건을 고르는 동안 그녀는 빠르게 매의 눈으로 자신의 물건을 고른다. 내가 물건을 골라서 계산하려는 순간 엄마는 내 옆에 다가와 물건을 슬며시 내민다. 계산을 거부할 수 없을 만한 것들을 골라오기 때문에 이를 거절하는 일은 애매하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물건을 득템한다. 그 과정이 매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이것을 현명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으로 물건을 골라오면 후회하는 법이 없다.



  나는 때때로 신중하게 물건을 골랐다고 생각하고 구매하였다가 항상 뒤돌아보며 '다른 걸 살걸' 이렇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은 물건을 구매하고도 마음을 찝찝하게 만든다. 하지만 엄마를 보면 자신의 안목을 믿고 자신이 선택한 것을 최고의 선택으로 믿고 즐긴다. 작은 물건 하나도 그렇지만, 집처럼 큰 선택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가지게 된 물건의 장점을 잘 찾아내는 편이다. 그런 모습이 매우 행복해보인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여자다.

  두 번째로 그녀를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엄마는 30년정도의 결혼생활동안 아빠와의 이혼을 생각해왔다. 대략 내 나이때 엄마는 결혼에 대해서 조급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여성들이 20대 초반이나 중반정도에 결혼한 점을 살펴보면 엄마는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도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있었으니 특이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외할머니 마음은 답답했을 것이다. 외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시집보내고 싶었고, 성실해보이는 아빠를 골라서 결혼시켰다. 엄마는 자신이 선택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아빠와의 결혼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줄곧 이 남자에게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같다. 하지만 오빠와 내가 태어나고 주변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그 시도를 하지는 못했다.


  아빠가 그렇게 좋거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지만 엄마는 그 안에서 행복을 만드려고 시도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와 나름의 관계를 맺어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의 건강을 위해 함께 산에 다니고(엄마가 꿈꾸는 건 산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거니는 것이지만 아빠는 혼자 멀리 가버리는 남자다) 매일 토마토 주스를 갈아주고 주말마다 그와 화투를 쳐가며 그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 끝에 사랑이라고는 하기 어렵지만 둘만의 알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애증의 절친이랄까. 그런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환경이 아니지만 그녀는 그것을 스스로 바꾸어보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세 번째 이유는 그냥 현명하기 때문이다.  지식과 같은 측면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풀리지 않을 때 "엄마"라고 하며 찾아가면 항상 해결책을 내어놓는다. 나는 이 늙은 나이에도 고민이 있다던지 안되는 것이 있을 때마다 그녀를 찾아간다. 그러면 그녀는 늘 그랬듯 간단하면서도 단순하게 해결책을 준다. 또 어떤 혹독한 환경에 처하든 그 환경에 적응해낸다. 그런 모습은 엄마와의 여행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나는 엄마랑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다. 일년에 한번씩은 엄마와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이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기도 한다.


  어쨌든 엄마랑 해외여행을 가면 어떤 상황도 극복해내는 엄마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한번은 엄마와 스페인에 놀러갔을 때 나는 마드리드의 한 에어비앤비를 예약했었다. 마드리드의 숙소에 도착하자 60대 정도의 아저씨가 우리를 맞아줬고 아저씨는 집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나는 당연히 그 아파트 전체를 예약했다고 생각했고 그 아파트에서 엄마와 둘이 지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집을 소개해주고는 자기 집에 가지 않는 것이었다. 자기는 저 방을 쓸테니 너네는 이 방을 쓰라고 하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파트 전체가 아니라 아파트 중 한 방을 예약한 것이다. 우리는 너무 놀랐다. 사람이 많은 숙소도 아니고 그 아저씨와 우리 둘만 이 집에 있다니...당혹스러웠다. 당시 20대였던 나 역시도 조금 놀랐는데(물론 아저씨는 파워 에어비엔비 주인이었고 친절하신 분이었다.아! 그리고 나중에 아저씨는 게이라고 자기를 소개했기 때문에 나는 조금은 안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걸 더 무서워했다.) 엄마는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아저씨와 셋이 있는 집에서 잠도 자고 샤워도 하고 모든 생활을 해야 한다니 여러모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첫날에는 부엌에서 칼을 몰래 들고와 자기 머리맡에 두고 자면서 자기는 딸을 지켜야하니까 잠을 자지 않겠다고 했다. 물론, 내가 자다가 눈을 떠보니 코를 골고 주무시고 계시긴했다. 그랬었지만 나중에는 나름의 질서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샤워할 때는 문을 이렇게 잠그자, 잠을 잘때는 방고리를 이렇게 하자 등등 자신만의 생존 룰을 만들어냈다.


  내가 한겨울에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에어비엔비를 예약했을 때도 그랬다. 엄마는 집 안에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전열기구를 이용하여 따뜻한 집을 만들어냈다. 심지어는 하루종일 물을 끓여 집에 모든 전기가 나가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엄마는 자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서도 이렇게 적응해내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적응력도 왕이다. 그런 모습이야말로 진짜 현명한 사람 아닌가.



  아무튼 이런 저러한 이유들로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면들을 많이 가진 여자이다. 한번의 글로 다 써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어렸을 때는 엄마는 엄마였지만 지금은 엄마가 엄마이기도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이면서 제일 친한 친구이다. 그래서 엄마는 나 보고 딸을 낳으라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면서 이야기하긴 하지만, 나는 그거와 그거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긴 한다. 어쨌거나 코로나 19로 인해 엄마랑 매일 같이 밥먹고 집에서 낄낄대는 요즘이야말로 그녀의 장점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기이다. 좋다.    

이전 01화 글을 써보자아아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